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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공수처장 추천” 압박, 통합당 “야당 비토권마저 무력화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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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권력기관 개혁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권력기관 개혁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공전하는 국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라는 암초가 더 해졌다.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 보내면서다. 통합당에서는 “청와대가 국회 상황을 외려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국회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공전을 거듭하는데, 청와대가 공수처장 임명까지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기현 의원 역시 “대통령이 나서서 (여야 원구성 난항을) 풀어도 모자랄 판에…협치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냐”고 꼬집었다.

야당은 이에 더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관한 야당의 ‘비토권’마저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배준영 대변인)며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발의한 ‘공수처 운영 규칙안’에 비토권 무력화 움직임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공수처법(6조)에는 야당의 비토권이 명시돼있다. 7명의 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정부ㆍ여당 인사 4명(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여당 추천 2명)대한변협회장, ‘여당 외 교섭단체(야당)’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유일한 ‘여당 외 교섭단체’인 통합당은 2명의 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 공수처법에는 “후보 추천은 위원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있어 통합당 추천 인사만 반대해도 후보 추천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 1호로 내걸었던 공수처 법안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 1호로 내걸었던 공수처 법안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뉴스1]

논란은 백혜련 의원이 지난 1일 ‘공수처 운영 규칙안’을 발의하며 시작됐다. “요청 기한 내에 위원 추천이 없을 때, 국회의장은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규칙안 2조)는 내용 때문이다. 통합당 반대로 후보 추천이 지연될 경우, 국회의장이 다른 교섭단체에 후보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1대 국회에서 통합당 외 교섭단체는 현재 민주당이 유일하다. 통합당에서  “여당이 야당 몫까지 직접 추천하도록 하는 규칙안. 야당 비토권까지 무력화시키는 독재적 발상”(유상범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 의원은 백 의원 발의안에 맞서 야당 추천권을 보장하는 규칙안을 별도 발의하기도 했다.

백혜련 의원실 측은 “비토권 무력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발의한 규칙안이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하는 모법(공수처법)과 충돌하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규칙안을 근거로 여당에 야당몫 위원(2명) 추천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이유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쓴 책『운명』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이나 하면서 아쉬운 일로 ‘공수처 설치 불발’을 꼽았다. 공수처법 통과 뒤 청와대는 논평에서 “20여년이 흐르고서야 마침내 제도화에 성공했다.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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