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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할아버지의 손주 증여, 아버지가 세금낸 까닭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64)

Q 윤씨 가족은 얼마 전 세무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몇 달 전 윤씨가 손주들에게 증여한 사실이 있어 기한 내에 증여세 신고도 마치고 증여세도 모두 납부한 바 있다. 그런데 세무서에서 왜 연락이 온 걸까?

A
 증여세 신고·납부를 모두 마쳤는데도 세무서에서 연락이 온 것은 증여세를 누가 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법상 증여세는 증여를 받은 수증자가 내야 한다. 세무서는 미성년자인 손주가 직접 증여세를 낸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려 한 것이다.

증여세 납부 능력이 없는 자녀 등에게 부동산을 증여할 때에는 증여세를 낼 수 있도록 현금 등도 함께 증여하는 등 증여세 납부에 대한 대안도 함께 세워야 한다. [사진 Pixabay]

증여세 납부 능력이 없는 자녀 등에게 부동산을 증여할 때에는 증여세를 낼 수 있도록 현금 등도 함께 증여하는 등 증여세 납부에 대한 대안도 함께 세워야 한다. [사진 Pixabay]

증여세 대신 내주면 증여세가 또 추징된다

손주가 직접 증여세를 납부한 사실을 입증하려면 손주의 계좌에서 증여세로 인출된 금융거래 내역 등을 제출해야 한다. 만일 손주가 증여세를 직접 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세만큼 추가로 증여된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또 추징될 수 있다.

그럼 미리 손주의 통장에 현금을 슬쩍 입금해 두었다가 증여세를 납부하면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설령 손주의 계좌에서 증여세가 납부되었더라도 손주가 미성년자로서 소득이 없거나 증여세를 낼 만한 자금 출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계좌에 거액이 있었다는 사실로 인해 또 다른 증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금을 증여받았다면 그 증여받은 현금으로 증여세를 내면 된다. 그러나 금융자산이 아닌 부동산을 증여받을 경우 증여세는 현금으로 내야 하는데 수증자인 자녀에게 예금 등이 부족하다면 증여세 납부에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세무서는 혹시 증여세를 증여자인 부모가 대신 내준 것은 아닌지 수시로 증여세 실제 납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다.

따라서 증여세 납부 능력이 없는 자녀 등에게 부동산을 증여할 때에는 증여세를 낼 수 있도록 현금 등도 함께 증여하는 등 증여세 납부에 대한 대안도 함께 세워야 한다. 다만 자녀의 증여세 상당액 전부를 증여할 필요는 없다. 부동산을 증여받은 자녀가 5년간의 연부연납을 신청한 경우라면 총 증여세액 중 6분의1만 먼저 납부하고 나머지 5분의6은 향후 5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납부하면 되므로 우선 6분의1에 상당하는 현금만 먼저 증여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자녀가 받게 될 임대료나 근로 소득 등으로 납부하도록 하면 된다.

손주의 증여세 대납은 할아버지보다 아버지가 유리해

다시 윤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만일 윤씨가 손주의 증여세를 대신 내줬다면 추가로 증여세가 얼마나 추징될까? 손주는 윤씨로부터 각각 1억 2000만 원을 증여받았으므로 당초 손주가 내야 할 증여세는 1261만 원이었다. 이를 윤씨가 대신 납부했다면 총 증여가액은 1억3261만 원(1억 2000만 원 + 1261만 원)이 되고, 증여세로 각각 약 360만 원씩 추징된다. 손주 4명에 대한 추징세액을 합하면 1440만 원이나 된다. 손주들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가 할증(30%)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윤씨가 손주들 대신 증여세를 내준 금액에 26%(20%×1.3)의 증여세가 추가된 결과이다.

이처럼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세까지 대납할 경우 할증으로 인해 높은 증여세율이 적용되어 세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게 된다. 차라리 손주의 증여세를 대신 내 줄 거라면 할아버지가 아닌 아버지가 내주는 건 어떨까?

손주들의 증여세 1261만 원을 윤씨의 아들, 즉 아버지가 대신 낸다고 가정해 보자.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증여한 금액과 아들이 손주에게 증여한 금액은 증여세 계산시 서로 합산되지 않는다. 아들이 손주에게 증여한 증여세는 따로 계산해야 하므로 10%의 증여세율이 적용될 뿐 아니라 세율에 할증도 되지 않는다. 물론 할아버지에게 증여받을 때 증여공제 2000만 원을 이미 활용했기에 아버지에게 증여받을 때는 증여공제를 받을 수 없다. 부모나 조부모에게 증여받을 경우 증여공제로 5000만 원(미성년자의 경우 2000만 원)이 공제되는데 10년간 한번만 공제가 가능하고 중복되어 공제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윤씨 아들이 손주들의 증여세 1261만 원을 대신 납부하고 미리 증여세 신고를 했다면 증여세로 약 122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손주 4명에 대한 증여세 대납액에 대한 증여세 합계액은 총 488만 원으로 할아버지가 대신 납부해 추징되는 1440만 원에 비해 세부담이 훨씬 낮은 편이다.

할아버지와 아들이 손주에게 증여한 금액은 증여세 계산 시 서로 합산되지 않는다. 만일 윤씨 아들이 손주들의 증여세 1,261만 원을 대신 납부하고 미리 증여세 신고를 했다면 증여세로 약 122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사진 Pixabay]

할아버지와 아들이 손주에게 증여한 금액은 증여세 계산 시 서로 합산되지 않는다. 만일 윤씨 아들이 손주들의 증여세 1,261만 원을 대신 납부하고 미리 증여세 신고를 했다면 증여세로 약 122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사진 Pixabay]

비거주자는 증여세 부담이 크지만 부모가 대납 가능해

자녀가 거주자가 아닌 비거주자라면 자녀의 증여세는 부모가 대신 납부할 수 있다. 비거주자인 자녀에게 증여할 때 증여자인 부모도 연대납세의무가 있으므로 자녀 대신 증여세를 내주더라도 이를 또 다른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비거주자가 증여받을 경우 거주자보다는 증여세 부담이 크다. 거주자인 자녀가 증여받을 경우 증여공제가 적용되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비거주자’인 자녀가 증여받을 경우 증여공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3억 원을 국내 거주자인 자녀에게 증여하면 5000만 원이 공제되어 증여세로 3880만 원을 내면 되지만 비거주자인 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공제를 받지 못해 4850만 원으로 증여세 부담이 더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거주자인 자녀의 증여 효과는 큰 편이다. 3억 원을 거주자인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자녀는 증여세 납부 후 약 2억 6120만 원을 사용할 수 있지만 비거주자인 자녀는 부모가 증여세를 대납할 수 있어 자녀가 3억 원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 증여 효과 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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