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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의 강압적 소득재분배, 고소득층 조세저항·탈세 자극”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9일 서울 노원구 월계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 보고회에서 "2019년을 혁신적 포용국가의 원년으로 삼고 국민의 전 생애에 걸친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정책을 통해 2022년 국민의 삶이 달라진다"는 내용의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9일 서울 노원구 월계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 보고회에서 "2019년을 혁신적 포용국가의 원년으로 삼고 국민의 전 생애에 걸친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정책을 통해 2022년 국민의 삶이 달라진다"는 내용의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포용적 성장(포용국가)'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얼마나?' 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방향과 지침이 명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포용적 성장' 논리는 원대한 비전에 비해 정책 목표와 추진 체계의 구체성이 미흡하고, 불평등을 대하는 이분법적 구도를 가지는 한계를 가진다"는 이유에서다.

전북대 한국재정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 주제논문 발표 #"文정부 '포용적 성장' 구체성 미흡" 평가 #"이분법적 투쟁보다 국민 공감 얻어야"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6일 전북대에서 열린 '2020 한국재정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포용정책 평가와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재정정책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 논문 발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재정정책학회장을 지낸 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정책 비전으로 내세우는 "모두가 누리는…" "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건설이라는 슬로건은 지나치게 이상적·낭만적이며 상당히 추상적·포괄적·감성적이라는 점에서 구체적 목표와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 국정 과제로는 합당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유럽(노르딕)형 모델을 우리의 포용국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신뢰·갈등·부패·소득 양극화 등 측면에서 우리가 북유럽 국가 수준에 상당히 뒤처진 OECD 국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현 상태에서 바로 북유럽형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26일 전북대에서 열린 '2020 한국재정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 문재인 정부의 포용정책 평가와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재정정책 방향 모색 』이라는 주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재정정책학회]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26일 전북대에서 열린 '2020 한국재정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 문재인 정부의 포용정책 평가와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재정정책 방향 모색 』이라는 주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재정정책학회]

 염 교수는 "제도 도입 이전에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포용사회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사회개혁·의식개혁·재정개혁을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진정한 포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 하향식(top-down)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염 교수는 "포용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있다"며 "현재의 불평등 상황을 개발시대 잔재로서 사회를 '수탈하는 자'와 '수탈당하는 자'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는 한 진정한 사회 통합은 기대하기 어렵고 계층 간 갈등과 투쟁만이 계속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강압적 소득재분배 방식은 당장에는 재분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나 고소득층의 조세 저항과 탈세 유인을 자극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포용적 성장'의 성장동력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근로소득자(1857만명)의 4.3%에 해당하는 연봉 1억원 초과 소득자 80만1839명(소득 점유율 18.1%)이 전체 근로소득세(38조3078억원)의 55.4%(21조2066억원)를 냈다. 염 교수는 "전체 근로소득 비중의 20%도 채 안 되는 5% 미만의 고소득층 근로자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소득 비중 대비 근로소득세 비중은 3배가 넘는다"고 했다.

한국재정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안내문. [사진 한국재정정책학회]

한국재정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안내문. [사진 한국재정정책학회]

 염 교수는 "그런데도 정부가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고소득층 세부담을 매년 1000억원씩 늘리기로 했다"며 "고소득자 세부담 쏠림 현상은 한층 심해질 전망인데 그만큼 강제적 증세에 동의하지 않는 납세자(고소득층)는 탈세나 조세 회피, 조세 부담 전가, 폐업, 이민 등의 방식을 통해 조세 부담을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민이 납세를 기뻐하고 기부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포용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자발적 포용을 유도하는 '유인형(incentive)' 재정 정책 방안을 제안했다. 납세 순응 의식을 높이는 방안과 기부행위에 대한 응분의 예우와 보상을 줘 기부 의식을 촉진하는 방안 등이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내놨다. 염 교수는 "과세 당국은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납세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납세자에게 자신이 낸 세금이 어디어디에 쓰였으면 좋겠는지 의향을 물어보고 그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고 이에 따른 정보를 납세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납세 친화적 세정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금전적으로 납세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방법으로는 납세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서 납세자로 하여금 차후에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마일리지(mileage) 제도나 리워드(reward·보상)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염명배(오른쪽)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26일 전북대에서 열린 '2020 한국재정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포용정책 평가와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재정정책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재정정책학회]

염명배(오른쪽)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26일 전북대에서 열린 '2020 한국재정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포용정책 평가와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재정정책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재정정책학회]

 정부가 포용과 소득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기관(가칭 '포용상생청')을 설립해 직접 '포용기부금' 업무를 담당하고 '포용기금(가칭)'을 조성·관리하는 방안도 눈길을 끌었다. 염 교수는 "국민이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 기부를 꺼리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부행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불신을 받는 민간기구에 기부금 관리를 맡기는 것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포용국가 구현은 사회 전체의 개혁이 필요한 과제인 만큼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일단 가야 할 방향 제시를 확정한 후에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이른바 'FESTINA LENTE'(급할수록 돌아가라)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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