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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88%, 車도 반토막…보이콧재팬은 1년째 현재진행형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에서 열린 '노노재팬 8.15 시민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 보이콧' 티셔츠를 구입하고 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에서 열린 '노노재팬 8.15 시민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 보이콧' 티셔츠를 구입하고 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뉴스1

“일본 맥주 씨 마르고, 자동차 판매도 반 토막”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다. 일부 품목에서 판매가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메이드 인 재팬’ 물건 구입을 꺼리는 사람이 많고, 반일 감정도 여전하다.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소비재 분야다. 한때 편의점 ‘4캔=1만원’ 맥주를 휩쓸었던 일본산 맥주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던 일본산 자동차 역시 판매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른바 ‘노노 재팬’ 운동 때문만은 아니지만, 일본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2% 줄어든 2억 4792만 6000달러(약 2970억원)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율은 지난 1월 -35.9%에서 2월 -14.9%로 줄었다가 3월 -17.7%로 늘었고 다시 -30%대를 넘어섰다.

‘노노 재팬’은 진행형. 그래픽=신재민 기자

‘노노 재팬’은 진행형. 그래픽=신재민 기자

일본산 맥주의 4월 수입액은 63만 달러(약 7억55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87.8% 감소했다. 2018년까지 한국은 일본 맥주의 최대 해외시장이었지만 일본과의 무역 분쟁 이후 판매가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92.7%), 3월(-87.1%) 등 불매운동의 여파를 이어갔다.

소비재 품목별로 보면 골프채(-48.8%), 화장품(-43.3%), 볼펜(-51.1%), 낚시용품(-37.8%) 등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났다. 알게 모르게 많이 쓰던 일본산 소비재 대신 국산이나 다른 나라의 대체제를 사용하거나 구입을 미룬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산 자동차는 지난해 1~5월 1만9536대가 팔렸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7308대만 팔렸다. 감소율은 -62.6%다. 일본산 자동차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같은 기간 21.7%에서 7.2%로 줄었다.

 편의점을 장악했던 일본 맥주가 ' 불매 운동 ' 1 년 만에 씨가 말랐다 . 지난해 11 월 서울 시내 한 슈퍼마켓에서 팔리지 않는 일본 맥주를 할인해 팔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편의점을 장악했던 일본 맥주가 ' 불매 운동 ' 1 년 만에 씨가 말랐다 . 지난해 11 월 서울 시내 한 슈퍼마켓에서 팔리지 않는 일본 맥주를 할인해 팔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일본산 수입차 브랜드인 닛산은 지난달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글로벌 경영위기가 주된 원인이지만, 한국시장 부진도 한몫을 했다.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는 Q50 등 베스트셀링카 톱10 차량들을 보유했지만 디젤 엔진 배출가스 조작과 일본 불매운동 등 여파로 판매가 급감했다.

하지만 일본산 불매운동 효과가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일본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달 727대가 팔려 전달(461대) 대비 판매가 늘었다. 지난해 5월(1431대)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회복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렉서스의 경우 국내 소비자들에게 품질 신뢰가 높은데다 과거와 달리 프로모션도 좋아지면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닛산·인피니티 완성차를 수입하던 한국닛산은 지난달 28일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글로벌 구조조정의 결과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판매가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8일 서울 성수동 닛산서비스센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닛산·인피니티 완성차를 수입하던 한국닛산은 지난달 28일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글로벌 구조조정의 결과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판매가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8일 서울 성수동 닛산서비스센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있었지만, 데상트(스포츠용품)·ABC마트(운동화 편집숍)·무인양품(생활용품) 등 일본 브랜드가 매장 수를 늘리거나 판매를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나 맥주처럼 일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눈에 띄는 경우엔 구입을 꺼리게 되지만 생활용품이나 개인용품의 경우 그동안 미뤘던 구매를 늘리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일부 일본 브랜드 철수가 불매운동의 결과만은 아니지만 아베 정권이 유지되는 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모멘텀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수출 규제 등이 한·일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동현·박성우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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