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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간 최악의 가뭄'···지하수까지 마른 유럽은 목 마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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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유럽 대륙의 지하수 용량을 평년과 대비해 색으로 지도에 표시한 사진. 붉은색이 진할수록 평년보다 지하수 양 감소폭이 크다. 나사(NASA)

유럽 대륙의 지하수 용량을 평년과 대비해 색으로 지도에 표시한 사진. 붉은색이 진할수록 평년보다 지하수 양 감소폭이 크다. 나사(NASA)

가뭄으로 유럽의 지하수가 마르고 있다. 역대 가장 따뜻했던 지난 겨울에 이어 5월에는 기록적인 폭염까지 겹치면서 여름에도 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밀과 옥수수 등의 최대 재배 지역인 유럽의 기상 이변이 전 세계 식량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온통 '빨간' 유럽… 땅 속 물이 줄어들고 있다

25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 따르면, 유럽 전 지역에서 지표면에 수분이 부족하고 지하수가 고갈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사가 위성 관측 자료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는 유럽 대부분 지역이 ‘평소보다 물이 적음’을 나타내는 붉은 색으로 칠해졌다. 특히 가장 짙은 붉은색은 수분량이 평년 대비 2% 수준에 불과한 지역을 나타낸다.

2018년부터 연이어 가뭄이 이어진 유럽에 2020년 겨울 눈 부족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유럽 대륙은 심각하게 마르고 있다. 빈공과대학 볼프강 바그너 교수는 "몇년 동안 연속적으로 가뭄 겪은 지역은 이미 숲 지역에 나무껍질 딱정벌레가 창궐하고,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5일 독일 한 숲에서 나무껍질 딱정벌레가 창궐한 숲에서 딱정벌레가 나무를 파먹는 사진. 독일에서는 폭염, 가뭄, 산불, 나무껍질 딱정벌레의 습격이 겹쳐 파괴되는 숲의 면적이 점점 늘어나고 았다. AFP=연합뉴스

지난 25일 독일 한 숲에서 나무껍질 딱정벌레가 창궐한 숲에서 딱정벌레가 나무를 파먹는 사진. 독일에서는 폭염, 가뭄, 산불, 나무껍질 딱정벌레의 습격이 겹쳐 파괴되는 숲의 면적이 점점 늘어나고 았다. AFP=연합뉴스

유럽 가뭄, 식량난으로 이어질까 

최근 기상 관측 연구에 따르면 지금의 가뭄은 올해 초봄 동유럽부터 시작해 대륙 전체로 확대됐다. 체코 북부와 독일 동부를 흐르는 엘베 강, 폴란드 중서부를 흐르는 바르타 강, 헝가리를 흐르는 다뉴브강 등 주요 강의 주류와 지류도 보통 봄철의 수위를 밑돌았다.

이미 동부 유럽 곳곳에서는 심각한 가뭄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년간 강수량이 부족했던 체코는 올 봄 전국 저수지의 80%가 가물었고, 5월 표층 토양 수분도 평소보다 최소 30% 이상 낮다. 몇몇 기후학자들은 체코의 가뭄을 '500년간 최악의 가뭄' 이라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도 다스나 강 수위가 보통의 봄철 수위보다 5미터 이상 낮고, 140년만에 최저 수위로 평가된다. 수도인 키예프의 저수지들도 6월 초 저수량이 '100년만에 최저치'로 평가됐다. 최근 많은 비가 내리면서 다소 가뭄이 해소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표층 토양의 수분만 채워졌을 뿐 지하수가 채워지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5월부터 폭염이 찾아왔다.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에 이어 일찍 찾아온 폭염이 유럽 대륙의 수분 함유량을 더 낮게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P=연합뉴스

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5월부터 폭염이 찾아왔다.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에 이어 일찍 찾아온 폭염이 유럽 대륙의 수분 함유량을 더 낮게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P=연합뉴스

폴란드도 10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았고, 16개 중 11개 주에서 '농사를 못 지을 만큼의 가뭄'을 우려하고 있다. 댐을 이용한 수력발전이 불가능해, 전기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정도다.

국제적인 식량 안보의 관점에서 최대 밀·옥수수 재배 지역인 유럽의 이상 기상은 큰 위협이다. 여기에 더해 전 지구적인 작황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지오그램 크롭 모니터(GEOGRAM Crop Monitor)는 동부유럽과 남서부 러시아를 '주의'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지역의 가뭄이 밀 재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다. 메릴랜드 대학의 브라이언 베이커 교수는 "강우량이 이렇게 계속 부족해지는데다 기온은 계속해서 평균 이상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유럽 전 지역에서 작물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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