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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마스크 대란도 재유행?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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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호 31면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이달 30일 종료 예정이던 공적 마스크 제도를 다음 달 11일까지로 연장했다. 이 기간에 보건용(KF94·80), 비말 차단용 마스크 생산·판매 등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한 후 공적 마스크 제도 존폐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수도권 코로나19 감염 확산 #마스크 매점매석 등 강력 단속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는 2월 26일부터 6월 7일까지 공적 마스크 7억7000만장을 국내에 공급했다. 공급량이 늘고 수요도 안정되자 마스크 사려고 길게 늘어섰던 줄은 불과 몇 달 만에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에나 나오는 낯선 풍경이 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보건용 마스크는 일주일에 1억장가량 만들고 있다. 재고량도 2억장가량 된다.

이쯤 되면 ‘마스크 민간 판매 시절’로 돌아가도 별문제가 없을 듯하다. 과연 그럴까. 안심하긴 좀 이르다. 시장에는 언제나 가수요(假需要)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 또는 불안감에서 나오는 일시적인 수요다.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혹시…”라며 미래의 상황에 대비하려는 위험회피 심리에서 대개 비롯된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때 라면·쌀·생수 등을 미리 사두려고 야단법석이 벌어지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겨울의 마스크 대란도 마찬가지다.

소소한(?) 마스크 대란은 진행 중이기도 하다. 보건용 마스크보다 숨쉬기 편하다는 비말 차단용 마스크 때문이다. 현재 제조사에서 직접 판매하는 비말 차단용 마스크의 하루 생산량은 40만장 수준이다. 하루 최대 1500만장인 보건용 마스크 생산량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제조사 온라인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 ‘품절’ 메시지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24일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판 대형마트에서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들여놓으려고 하지만,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이달 중 판매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장기 지속 가능성뿐만 아니라 재유행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현재로써는 ‘게임 체인저’가 될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시기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속출하자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적 마스크 가격을 내려달라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지만 18일부터 공적 마스크를 매주 1인당 10장까지 살 수 있게 되자 오히려 한도를 채워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공적 마스크 제도가 종료되면 마스크 부족 사태가 또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현재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는 민간 마스크 가격(배송비 포함)은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공적 마스크보다 비싼 편이다. 마스크 대란의 불씨가 살아있는 셈이다.

일기예보처럼 자주 바뀌어 혼란을 부추긴 정부의 마스크 지침도 마스크 대란을 부른 원인 중 하나였다.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모든 국민이 마스크를 써야 할 것처럼 ‘강권’했다가 필요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꿨다. 이미 혼란은 충분히 겪어봤으니 앞으로는 다르리라고 믿는다.

특히 마스크 수급을 꼬이게 만드는 요인을 미리 없애야 한다. 식약처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274건의 되팔기 부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보건용 마스크를 사재기한 30대 남성에게 18일 실형을 선고한 것처럼 매점매석은 강력하게 단속하고, 가수요가 생기지 않도록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분명한 사인도 줘야 한다. 지난 마스크 대란 때처럼 안일하게 대처하면 제2, 제3의 마스크 대란 우려는 기우가 아니라 엄혹한 현실이 될 수 있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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