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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봉 “윤 의원 부인도 만나” vs 윤상현 측 “터무니없는 거짓”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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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호 10면

총선 개입 의혹 ‘함바왕’…그때 무슨 일이

4월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가장 화제를 모은 곳 중 하나는 인천 미추홀을 선거구였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71표 차로 이겼다. 전국 최소득표 차였다. 최근 미추홀을 선거를 두고 세간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윤 의원의 4급 보좌관 A(53)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 1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함바(건설현장 간이식당) 로비 사건의 주범 유상봉(74)씨다. ‘함바왕’이라는 별칭이 있는 유씨는 전국 함바 업계를 주름잡던 인물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거액의 금품 로비를 벌였다.

경쟁자 비위 진정서 줬다는 유상봉 #“윤 의원 측이 먼저 연락 7차례 만나 #병원 편의 봐주고 재판 법률 자문” #선거 관련 없다는 윤상현 측 #“억울한 민원 있다해 3차례 만나 #진정서 받았지만 고소 관여 안 해”

유상봉

유상봉

유씨 부자는 이번 총선에서 윤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윤 의원 측 부탁을 받고 경쟁자인 안상수 미래통합당 후보가 과거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와 고소장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는 의혹이다. 유씨는 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윤 의원 측으로부터 함바 수주 도움 약속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씨 측은 실제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한 호텔 공사 현장의 함바를 수주해 다른 업자인 강모씨에게 8000만원을 받고 넘겼다.

“전직 구청장 진정서도 윤 의원이 요구”

경찰은 지난달 14일 윤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비롯해 유씨 부자와, 그의 지인, A보좌관, 함바업자 강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사건은 총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씨는 지난해 6월 18일 출소했다. 이후 또 다른 사건의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로 9월 6일 재수감될 때까지 두달여 동안 유씨는 윤 의원을 7차례 만났고, A보좌관도 30여 차례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유씨가 수감된 후에는 그의 아들이 윤 의원 측과 긴밀히 상의하며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유씨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초 여의도 한 호텔 인근 사무실에서 윤 의원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후 유씨는 인천 지역구 사무실, 서울 송파구 대형병원,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로펌과 역삼동 한정식당 등에서도 윤 의원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은 자신의 총선 경쟁자들의 비위 사실을 담은 문서를 작성해 달라고 유씨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유씨는 윤 의원의 요청으로 안상수 후보뿐 아니라 미추홀을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우섭 전 미추홀구청장에 대한 진정서도 정리해 넘겼다고 한다. 윤 의원 측은 A보좌관을 통해 “유씨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씨 측이 억울한 내용의 민원을 할 것이 있다며 먼저 만남을 요청해 세 차례정도 만났을 뿐이다. 박 전 구청장에 대한 진정서는 전달받아 선거에 활용한 적이 없다. 안상수 전 시장에 대한 유씨의 검찰 진정서나 고소장 제출에는 우리가 전혀 관여한 바 없다.” (A보좌관 주장)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당내 경선에서 진 박 전 구청장은 최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유씨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진정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얼마 전 유씨가 쓴 진정서가 돌아다닌다며 지인이 내게 보여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남영희 당시 후보도 “경선 직전 지역 모 언론사 대표가 진정서를 활용하라고 건넨 적이 있다”며 “공작의 냄새가 나 그대로 돌려줬다”고 말했다. 유씨에 따르면 진정서 등을 써 준 대가로 윤 의원은 함바 수주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도움을 줬다고 했다.

“지난해 8월쯤 윤 의원이 서울 아산병원 대외협력실장 C씨에게 부탁해 녹내장 치료 등을 받았다. 두 번 병원에 갔는데 VIP처럼 대우하더라. 한 번은 A보좌관과, 또 한 번은 윤 의원과 함께 병원에 갔다. 당시 C씨는 ‘윤 의원이 하도 부탁하길래 박근혜 대통령 정도 되는 사람이 오는 줄 알았다’는 농담도 했다. 병원비는 내가 내지 않았다.” (유씨 주장)

윤 의원 측은 “부패한 정치인들 때문에 눈에 병을 얻었다고 유씨가 하소연해 A보좌관이 알고 지내는 아산병원 의사를 소개해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씨는 “윤 의원이 법적 도움도 줬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말 대법원 선고 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유씨는 윤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윤 의원 소개로 법률 자문도 받았다는 것이다.

“지병 치료 도움 청해 의사 소개한 것뿐”

“검찰총장 출신의 변호사 D씨 사무실로 오라고 해 갔더니 윤 의원이 D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더라. D씨는 로펌의 다른 변호사를 불러 상담할 수 있게 했다.”(유씨 주장)

유씨와 당시 상담을 한 해당 변호사는 “유씨와 한 차례 상담한 적은 있지만 실제 사건을 수임하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유씨의 동행 방문자 등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유씨는 윤 의원의 소개로 그의 부인 신모씨도 만나 사업상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신씨는 회사 간부를 불러 유씨 측이 제안한 사업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신씨는 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막내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딸이다. 현재 부친이 세운 한 건설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유씨는 “윤 의원이 모 건설회사가 시공하는 여러 건설현장에서 함바 식당을 수주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몇몇 현장과 관련해서는 실제로 해당 건설사 본사 총무팀에 서류 접수도 하고 관계자도 소개받아 만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또 윤 의원이 여권의 정치인, 유명 건설사 사장, 지자체 공공기관 임원 등 유력 인사들을 자신의 아들에게 소개해 향후 사업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A보좌관은 “신씨를 만났다는 등의 유씨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유씨와 윤 의원이 만났다는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며 사실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같은 양측의 지속적인 접촉이 단순 민원 청취 차원 목적만은 아닌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 수사 관계자는 “윤 의원을 직접 소환할 정도로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유씨 멈추지 않는 폭로…10년 만에 제2 함바 게이트 터지나

10년 만에 제2의 ‘함바왕 로비 게이트’가 터질까. 전·현직 국회의원, 고위 검사, 경찰관 등 이름이 수사 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함바(건설현장 간이식당)’ 업계의 큰손 유상봉(74)씨를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2010년 1차 함바 사건이 터져 강희락 경찰청장 등 고위 경찰 간부 등이 유씨 뇌물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돼 무더기로 구속됐다.

검찰은 경찰뿐만 아니라 방위사업청장, 강원랜드 사장, 청와대 인사 등을 붙잡아 재판에 넘겼다.

유씨는 이후에도 여러 함바 사건에 연루돼 수감과 출소를 반복했다. 유씨는 옥중에서도 수십 명의 정·관계 인사들에게 “돈만 받고 함바 사업을 도와주지 않았다. 돈을 다시 돌려달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100여 통 이상 보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유씨는 경찰 고위 간부 등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진정서 등을 내기도 했다. 해당 인사 중 일부는 유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총선 때 인천 미추홀을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안상수 전 시장도 유씨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유씨가 윤상현 의원 측의 부탁을 받고 안 전 시장의 함바 사업 관련 비위 내용을 인천지검에 진정하고, 고소장까지 접수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안 전 시장 측은 “과거에도 유씨가 허위 내용을 몇 차례 제기한 적 있었다”며 “이미 수사 기관에서 사실무근으로 끝난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유씨는 “여권의 유력 인사 측에도 과거에 억대의 돈을 준 적이 있다”는 폭로도 이어가고 있다.

유씨는 또 이번 경찰 수사과정에서 검·경 인사를 상대로 자신의 형집행정지를 위한 로비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와 올 초 등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시내 한 경찰서 중간간부인 A경감 등을 통해 한 지방검찰청 현직 차장검사에게 60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해당 검사는 “내 이름을 판 것 같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수사기밀 유출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의 압수수색 하루 전날인 지난달 12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유씨는 면회를 온 아들로부터 “모 언론사 기자와 경찰 관계자 등으로부터 곧 압수수색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한편 유씨는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해 함바 수주를 시도했지만 이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실패한 것도 있다”며 “처음부터 투자자 돈을 가로채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고성표·김민중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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