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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못 배웠던 나무 이야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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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호 21면

나무의 세계

나무의 세계

나무의 세계
조너선 드로리 지음
조은영 옮김
시공사

대학 시절 전공과목에 ‘수목학’(樹木學)이 있었다. 나뭇잎 50개를 늘어놓고 나무를 맞히는 게 중간고사였다. 굴참, 갈참, 졸참, 신갈, 떡갈, 상수리 나뭇잎은 왜 그리 헷갈리는지, 편백, 화백, 측백 나뭇잎은 어쩜 그리 비슷한지. ‘이런 거까지 알아야 할까’ 싶었다. 몇 해 전, 퇴직한 선배가 귀농학교에서 나무 공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살다 보면 필요할 때가 있구나’, ‘30년 전 더 열심히 공부할걸’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 그 시절 중간고사를 떠올렸고, 그때는 배우지 못한 ‘나무의 세계’를 새로 만났다.

저자는 영국 식물학자다. 식물 관련 TED 강연으로 인기를 얻었다 한다. 책의 원제는 『Around the World in 80 Trees』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Around the World in 80days)』에서 따왔다. 제목처럼 세계 곳곳의 80가지 나무 이야기다.

책을 읽으며 ‘신기하군’, ‘그렇군’ 할 때마다 표시를 남겼다. 나중에 보니 한쪽 건너 하나씩이었다. 몇 가지를 보자. 이베리코 돼지가 먹는 도토리가 뭐지.(46쪽)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은 왜 명품일까.(54쪽). 자기 자신을 미라로 만들기 위해 마시는 수액(樹液)이 있다는데.(134쪽) 총소리를 내는 나무라니.(192쪽) 나무로 폭탄을 만들었다고. (58, 214쪽) 흥미롭지만, 사실 이게 이 책의 본령은 아니다. 왜 그 나무는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어쩌다 그런 용도로 이용하게 됐는지. 인간과 나무가 맺어온 관계가 본령이다.

많은 세밀화가 이해를 돕는다. 편집상 이유가 있겠지만, 글자가 작아 돋보기를 써도 읽기 좀 힘들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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