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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전화 많아야 웃는다, "난 노담" 외친 18살 '금연광고' 진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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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8살 고교생 '뷰티 유튜버'가 등장한 금연 캠페인 포스터.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이란 문구를 내세웠다. [사진 보건복지부]

실제 18살 고교생 '뷰티 유튜버'가 등장한 금연 캠페인 포스터.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이란 문구를 내세웠다. [사진 보건복지부]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

올해 첫 금연광고가 이달부터 '온에어'됐습니다. 담배를 소재로 한 광고인데 10대가 등장했다네요. 뷰티 유튜버, 토론왕, 얼리어답터 이렇게 3명의 중고생이 나옵니다. 입 모아 외치는 단어는 '노담', 'No 담배'란 뜻이죠. 10대 주인공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자담배 등으로 청소년의 흡연 위험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했어요.

[영상] 이주일로 시작, BTS 섭외도 고민 #금연 전문가가 말하는 '흡연자 호러무비'

하지만 SNS에는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시대 흐름 못 읽는다' 같은 댓글이 꽤 많이 달렸습니다. 금연광고가 너무 혐오스럽다거나 지나친 공포감을 준다는 지적도 꾸준한 편이죠. '흡연=죽음'이란 메시지가 강하고, 표현 수위도 꽤 높기 때문입니다.

매년 엇갈리는 평가에도 '신작'을 개봉하는 금연광고, 효과는 진짜 있는 걸까요. 23일 금연 전문가인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 자세한 뒷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꼰대'=목적이 뚜렷한 공익광고다 보니 정부가 '꼰대스럽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성규 센터장은 꼭 그런 건 아니라고 합니다. 복지부가 예산을 집행하면, 광고회사에서 모든 컨셉을 짜온다는 건데요. 다만 디테일은 세세하게 챙기는 편이라고 해요.

"올해 광고에선 꼰대스럽지 않으려고 성우 대신 아이들이 '보건복지부'라고 말하기로 결정했죠. 또 계획 단계에선 노래방 장면도 있었어요. 아이들이 노래방에서 노는 모습을 담았지만, 코로나 상황에 적절치 않을 거 같아 빼기로 했죠."

2002년 2월 이태복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립암센터에 입원중인 코미디언 이주일씨에게 범국민금연운동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 2월 이태복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립암센터에 입원중인 코미디언 이주일씨에게 범국민금연운동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월드컵 4강으로 기억되는 2002년, 금연정책에서도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담배인삼공사가 KT&G로 민영화되면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는데요. 그중 하나가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씨가 나선 금연광고입니다.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는 호소가 흡연자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2001년 60.9%였던 남성 흡연율(성인 기준)은 2005년 51.7%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주일씨가 광고 출연을 결심하기까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이씨가 입원했던 국립암센터의 박재갑 원장이 광고에 출연하면 좋겠다고 많이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돌'=광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연예인 모델, 특히 아이돌입니다. 하지만 금연광고는 아이돌과 거리가 멀죠. 인기 연예인 섭외는 이주일씨 이후 한 번도 없습니다. 예산 문제도 있지만, 다른 위험 요소도 있기 때문입니다. 금연광고 모델이 행여 담배 피우다 걸리면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죠. 물론 아이돌 섭외를 아예 배제하진 않는다고 해요. 방탄소년단(BTS) 같은 인기 그룹도 고려해본 바 있다네요.

"BTS가 서울시 모델일 때 금연 홍보로 섭외하려 논의한 적 있습니다. 금연사업 중 걸그룹을 활용하는 곳이 한 군데 있어요. 군 금연지원사업인데요. 오마이걸·모모랜드 등이 토크콘서트에 나서 효과가 컸어요."

담배 구입은 곧 질병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보여주는 금연 캠페인 포스터. [사진 국가금연지원센터]

담배 구입은 곧 질병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보여주는 금연 캠페인 포스터. [사진 국가금연지원센터]

'공포'=표현 수위가 높을수록 광고 효과는 큰 편입니다. 흡연에 따른 공포감, 혐오감을 자극하는 광고가 많은 이유인데요. 총소리와 함께 쓰러지거나(2018년 담배와의 전쟁편), 유해성분이 가득 찬 물을 들이마시는(2017년 유해성분편) 식이죠. 미국·영국의 광고 수위는 한결 높은 편이에요. 얼굴 피부를 담뱃값으로 지불하거나, 목이 뚫린 환자가 직접 출연하죠. 그래 설까요. 시청자들의 항의가 많을수록 금연 담당자들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네요.

"복지부로 항의 전화가 많이 들어오죠. 광고 나간 뒤 담당 주무관에게 처음 하는 질문이 '민원 좀 받았나요'입니다. '힘들어 죽겠어요'라고 답하면 '진짜 성공했다'고 생각하죠. 국민의 관심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가성비'=광고 제작엔 돈이 중요한데요. 연간 금연 예산은 200억원을 조금 넘습니다. 매년 만드는 금연광고의 제작 단가는 '영업 비밀'이라고 합니다. 광고 가성비를 숫자로 말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17년 전국 남녀 1000명을 조사했더니 증언형 광고(흡연 환자 직접 출연)를 본 흡연자 중 ‘금연을 고려하게 됐다’는 응답이 56%에 달했습니다.

"개인 금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한 명에게 일정한 예산을 투입하는 겁니다. 그런데 금연광고는 큰돈이 들어가는 거 같아도 모든 국민이 볼 수 있으니까 가성비가 있는 거죠."

갈수록 사용자가 늘어나는 전자담배의 폐해를 알리기 위한 2018년 '흡연 노예' 금연 포스터. [사진 국가금연지원센터]

갈수록 사용자가 늘어나는 전자담배의 폐해를 알리기 위한 2018년 '흡연 노예' 금연 포스터. [사진 국가금연지원센터]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은 또 있습니다. 담배 끊자고 '잔소리'하는 금연 정책·실무 담당자들은 진짜 담배를 안 피우냐는 거죠. 돌아온 답은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피우는 사람이 있어도 좋다'였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뜻일까요? 이성규 센터장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저는 담배를 안 피워봤지만, 아는 연구자 중에는 새로 나온 담배를 반드시 피워봐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가금연지원센터에도 직원 중 흡연자 있었어요. 흡연자가 있으면 새로운 전자담배 나올 때 테스트도 해보는 거죠."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영상=공성룡·왕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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