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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위기에서 신기록까지…트와이스도 꺾은 아이즈원의 반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양=뉴스1) 김진환 기자 = 걸그룹 아이즈원이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열린 MBC '쇼챔피언'에 출연해 1위에 등극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6.24/뉴스1

(고양=뉴스1) 김진환 기자 = 걸그룹 아이즈원이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열린 MBC '쇼챔피언'에 출연해 1위에 등극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6.24/뉴스1

존폐 위기에서 앨범 판매 신기록까지…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IZ*ONE)이 겪은 최근 6개월간의 변화다. 한때 해체를 고민해야 했던 이들은 이제 파죽지세로 K팝 무대를 접수 중이다.
15일 발표한 미니 3집 ‘오네릭 다이어리’(Oneiric Diary)가 38만9334장으로 걸그룹 초동(발매 후 1주일) 판매량 신기록을 세운데 이어, 타이틀곡 ‘환상동화’가 음악채널 SBS mtv의 ‘더 쇼’(23일)와 MBC M의 ‘쇼 챔피언’(24일)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음반 판매량 기록은 앞서 2월 아이즈원이 정규 1집 ‘블룸아이즈(BLOOM*IZ)’로 세운 초동 판매 신기록(35만6313장)을 자체 경신한 것이다.

아이즈원의 선전은 가요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6개월 전만 해도 아이즈원은 활동조차 불투명한 처지였다. 지난해 Mnet ‘프로듀스X’의 순위조작 사태가 터져 나오면서 불똥은 ‘프로듀스48’(2018년)으로 선발된 아이즈원에도 튀었다. '프로듀스48'에서도 순위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자 아이즈원은 컴백을 나흘 앞둔 지난해 11월 7일 앨범 발매와 관련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프로듀스X'를 통해 구성된 엑스원(X1)은 해체가 결정됐고, 아이즈원의 해체도 거론됐다.

프로듀스48

프로듀스48

결국 소속사와 CJ ENM 측이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그룹을 유지하게 됐지만 아이즈원의 이미지는 큰 상처를 입었다. 또, 한일 관계 악화와 순위 조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등이 남아있는 만큼 큰 인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2월 내놓은 ‘블룸아이즈’는 예상을 뒤엎고 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했다. 여기에 6월 내놓은 '오네릭 다이어리'까지 기세를 이어가면서 명실상부한 정상급 걸그룹으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러한아이즈원의 인기 비결에 대해 가요계에선 대략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①위기가 기회로 바뀐 팬덤 결집

아이즈원의 인기 동력은 무엇보다도 팬덤 파워다. 가요계에서 팬덤의 결집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쓰이는 초동 판매량을 보면 알 수 있다. 2월 아이즈원이 발표한 '피에스타'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횟수는 4388만 건이다. 이는 '피에스타'보다 늦게 발표된 있지(ITZY)의 'WANNABE'(3월)의 1억5240만건이나, 4월에 공개된 (여자)아이들의 '오 마이 갓(Oh my god)'(4월)의 9680만건보다 저조하다. 노래 자체의 대중성은 낮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해당 노래들이 수록된 음반의 초동 판매량에선 아이즈원이 35만6313건으로 (여자)아이들(11만2075건)이나 있지(6만4659장)를 크게 앞선다.

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 판매량 순위 [자료 한터차트]

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 판매량 순위 [자료 한터차트]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아이즈원의 팬덤의 결집력은 걸그룹 중에서 최상위권 수준”이라며 “해체 논란 과정이 오히려 그룹을 보호해야 한다는 심리를 자극하며 팬덤이 강력하게 결집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즈원의 팬클럽 위즈원은 지난 2월 KBS ‘뮤직뱅크’의 아이즈원 출연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었을 때도 아이즈원의 출연보장 청원을 이끄는 등 아이즈원의 수호대 역할을 도맡기도 했다.

②든든한 일본 시장의 백업

한국 가요시장은 걸그룹보다 보이그룹의 팬덤이 강한 편이다. 이 때문에 정상급 걸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선 일본시장에서의 성공이 중요한 잣대로 평가된다. 소녀시대, 카라, 트와이스 등이 모두 일본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한일 합작으로 만들어진 아이즈원은 멤버 12명 중 미야와키 사쿠라, 야부키나코, 혼다 히토미는 모두 일본에서 가장 팬덤이 강력한 AKB48 출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또 '프로듀스48'이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던 점도 이들의 인기를 견인하는 요소다.

2018년 AKB48 총선거에서 1위를 한 마츠이 쥬리나(첫째줄 가운데)와 3위 미야와키 사쿠라(첫째줄 오른쪽). 이들은 모두 ‘프로듀스 48’에 참가했다. [사진=AKB48 트위터]

2018년 AKB48 총선거에서 1위를 한 마츠이 쥬리나(첫째줄 가운데)와 3위 미야와키 사쿠라(첫째줄 오른쪽). 이들은 모두 ‘프로듀스 48’에 참가했다. [사진=AKB48 트위터]

아이즈원은 지난해 2월 일본에서 발표한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好きと言わせたい)'가 오리콘 데일리 차트 1위에 오른 데 이어 2월 발표한 ‘블룸아이즈’가 오리콘 주간 음반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또, 일본의 인기 만화잡지 ‘리본’에는 2019년 7월호에는 아이즈원을 다룬 만화 ‘IZ*ONE -우리들이 하나가 되기까지(IZ*ONE~わたしたちがひとつになるまで)가 게재되기도 했다. 이는 앞서 데뷔한 I.O.I와의 차별화된 점이기도 하다.

아이즈원 '오네릭 다이어리' [자료 스윙엔터테인먼트]

아이즈원 '오네릭 다이어리' [자료 스윙엔터테인먼트]

 아이즈원 '하트아이즈' [자료 스윙엔터테인먼트]

아이즈원 '하트아이즈' [자료 스윙엔터테인먼트]

③걸크러시 흐름 속 여성성 강조

최근 걸그룹의 트렌드는 단연 '걸크러시'다. (여자)아이들, 블랙핑크, 마마무 등 최근 인기를 얻는 걸그룹들이 내세우는 이미지는 여성성보다는 강한 개성과 자주적 면모다. 반면 아이즈원은 2018년 10월 데뷔앨범 ‘컬러라이즈(COLOR*IZ)’를 시작으로 '하트아이즈'(HEART*IZ)’-'블룸아이즈'로 이어진 소위 꽃 3부작을 통해 화려한 여성적 면모를 부각하며 남심을 저격하고 있다. 김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의 흐름으로 보자면 역주행이지만 오히려 차별화된 요소로 경쟁력을 갖추게 된 셈"이라며 "남성 팬덤이 강력한 일본 시장을 동시에 노려야 하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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