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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자랑뒤 폭망···트럼프 굴욕 준 '틱톡 할머니' 15초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거의 100만명의 사람이 티켓을 요청했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남긴 자랑 글입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리는 선거 유세에 자신감을 드러낸 건데요.

[영상] '틱톡 할머니'가 부른 나비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지 석 달 만에 재개되는 유세였습니다. 여전히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답니다. 사실 주 정부가 유세 자제를 요청했지만, 트럼프의 선택은 ‘강행’이었습니다.

재선 캠프 관계자들도 고무된 상태였죠. 혹여나 유세장에 인파가 다 들어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야외 행사까지 계획했으니까요.

그런데 결과는? 
'폭망'했습니다.

# 왜 그럴까요, 자세한 이유는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20일(현지 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현장[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 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현장[로이터=연합뉴스]

1만9000석 규모의 유세장 BOK센터에는 3분의 1가량인 6200여명만이 입장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팻말을 든 지지자의 연호로 가득해야 할 유세장은 한적했습니다. CNN은 “10만명이 참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좌석 곳곳이 비었다”고 보도했고요.

유세가 열린 오클라호마주는 지난 대선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둔 곳이죠.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곳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곳을 유세를 재개하는 장소로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흥행에 실패한 거죠.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무대로 향하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는 참모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하네요.

트럼프 대통령을 좌절케 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한 편의 동영상이 불씨를 지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아이오와주에 사는 메리 조 로프는 ‘틱톡 할머니’라고 불립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 영상을 올리기 때문이지요.

메리 조 로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예 해방 기념일인 ‘준틴스 데이(6월 19일)’에 맞춰 유세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분개했습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는 지난 1921년 백인 폭도들이 흑인 수십명을 살해한 인종차별 폭력 사건이 발생한 곳이죠.

유세는 결국 하루 미뤄졌지만, 메리 조 로프는 시민들에게 이색적인 제안을 하는 영상을 올립니다. 유세장에 가겠다고 예매만 하고, 실제로는 가지 말자는 ‘노 쇼(no show)’ 시위를 제안한 겁니다.

“1만9000석 관중석이 완전히 또는 거의 비는 것을 보고 싶다면 티켓을 사길 권합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무대에서 혼자 있게 두자고요”  

이 영상은 곧장 7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주로 10대, 20대 이용자들이 많은 틱톡 이용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죠.

'틱톡' 이용자가 트럼프 대통령 유세 관련 불참 영상을 올렸다. [로이터=연합뉴스]

'틱톡' 이용자가 트럼프 대통령 유세 관련 불참 영상을 올렸다. [로이터=연합뉴스]

틱톡 이용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유세 참석 예약 화면을 배경으로 오래전 유행했던 ‘마카레나’ 춤을 추는 영상을 올립니다. 예약만 하고 참석은 안 하겠다는 조롱의 의미죠.

방탄소년단(BTS) 등 'K-팝' 팬도 힘을 보탰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문화에 능한, 젊고 진보적인 성향의 K-팝 팬들이 최근 인종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K-팝 팬들은 순식간에 콘서트 티켓을 매진시키는 ‘티케팅’ 능력으로 유명하지요. 이들이 노쇼 시위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결국 틱톡 할머니의 동영상 한편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을 분노하고, 좌절하게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나운채·정종훈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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