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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일베에 文 욕 많다…北, 삐라 의미없으니 살포 말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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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사람 간 신뢰관계가 아직은 있다고 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급변하는 대북 정세와 관련,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대남군사행동을 유보한 것을 우리가 긍정적으로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발표가) 추가적인 어떤 예고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됐건 중단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다.

이날 인터뷰는 북한 관영 매체가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 소식을 전한지 4시간 뒤 이뤄졌다. 송 의원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4·27 판문점 선언의 당사자”로 일컬으며 “비록 그 정신의 일부가 훼손됐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판문점 선언을 무산시켜 다시 적대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양측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회 비준은 “여야, 당정 간 시기 등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연락 사무소를 폭파한 의도가 뭔가.
건물을 폭파한 건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북 내부에서 탈북자 문제 등이 발생 중이라 내부 결속을 위해 한 일로 본다. 일부러 대중 집회를 통해 적개심을 고양하려는 측면도 있다.
송 의원은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와 관련해선 "이낙연 의원이 공식 발표를 하면 그에 맞춰 내 생각을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했다. 그는 앞서 이 의원이 출마할 경우 자신은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현동 기자

송 의원은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와 관련해선 "이낙연 의원이 공식 발표를 하면 그에 맞춰 내 생각을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했다. 그는 앞서 이 의원이 출마할 경우 자신은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현동 기자

대내 결집 유도는 여러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이 많은데.
북의 행동은 항상 마지막 레드라인을 넘어가지 않고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다. 얼마나 저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유 수입 통제 등 10개의 경제제재를 받는 와중에 코로나로 국경 무역마저 차단됐다. 제재 해제가 아주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보류 결정 때 전면에서 물러난 이유는.
(김정은·김여정 남매가) 배드 캅, 굿 캅처럼 역할분담을 하는 거 아니겠나. 북의 진정한 목표는 남북대결 강화가 아니라 자기들의 절박한 상황을 알아달라는 데 있다. (군사행동) 보류 결정에는 양면이 있을 수 있지만, 협상 여지를 남긴 데 의의를 둔다.

송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미래통합당 외교안보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모인 여야 합동 간담회를 공동 주재했다. 21대 국회 원구성이 미뤄지는 가운데 여야가 현안을 두고 머리를 맞댄 첫 자리였다. 통합당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북한이 스스로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고 휴전선 스피커를 철거하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오른쪽)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교안보 분야 여야 의원 간담회에서 미래통합당 박진 외교안보특별위원장 앞을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오른쪽)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교안보 분야 여야 의원 간담회에서 미래통합당 박진 외교안보특별위원장 앞을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사진이 담긴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했다.
지금이라도 보내지 말 것을 북에 강력하게 요청한다. 국내 일베(일간베스트) 사이트에 (문) 대통령을 더 심하게 욕하는 게시물이 쌓여 있지만, 국민은 별로 신경을 안 쓴다. 태극기 집회에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정부 공격 팸플릿이 차고 넘친다. 북한 삐라가 무색할 정도라 대남전단은 막상 별 의미가 없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위한 추가 입법 계획은.
판문점 선언 비준 후 그 정신을 구체화하는 후속 입법 형태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비준보다 먼저 하려면 별도로 남북교류협력법 등을 개정하는 방법이 있다. 통일부와 상의가 필요하다. (살포 주체에 대한) 단속, 제재규정을 넣어 (법)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

최근 여권에서 제기된 외교안보라인 교체설을 두고 송 의원은 “외교부·통일부의 역할이 적고 청와대 중심으로 일해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인영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되는 차기 통일부 장관에 대해선 “추진력과 정치적 책임 측면에서 모든 장관은 의원 출신이 하는 게 순리”라는 의견을 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은 “못된 짓은 자기가 다 했다고 자랑스럽게 자백한 자술서 같았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이 24일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이 24일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대북 현안이 산적한 때 외통위원장을 맡은 각오는.
남북관계를 다룰 때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을 총을 들려서 휴전선에 세웠다’고 생각하고 발언하려 한다. 볼턴도 베트남전에 찬성하면서 막상 본인은 참전을 안 하고 주(州) 방위군으로 병역 기피, 도망갔다는 거 아닌가. 아들이 군 제대한 지 얼마 안 됐다. 아들이 내게 하는 얘기가 ‘사병의 입장에서 고민해달라’는 거더라. 정치와 외교가 실패하면 전쟁이 따른다. 정치와 외교가 전쟁을 막아야 한다. 
아들은 어디서 복무했나.
의정부에서 카투사 생활을 했다. 어른들이 정치와 외교를 못해서 파탄을 만들어놓고 20대 젊은이들에게 ‘총 들고 상대방 보이면 쏴 죽여라’, 죽이면 ‘잘 죽였다’고 훈장을 달아주는 건 무능한 어른이 하는 일이다. (내가) 학생운동을 할 때 주체사상을 비판하면서 싸웠지만, 남북문제는 뚫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다가오면 애꿎은 서민과 젊은이만 죽는다. 볼턴처럼 돈 있는 놈들은 다 도망가고 빠져 나갈 텐데 그러면 안 되지 않나.

송 위원장은 “보수 진영 일각에서 ‘친북, 종북, 빨갱이 송영길’이라고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을 지키고 남북 분단을 극복하자’는 의미로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다니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부대”라고 했다. 그는 외통위원장 임기 내 추진 과제를 묻는 말에는 “개성공단을 꼭 복원하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영상·그래픽=임현동·왕준열·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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