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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수 아저씨 아니었어?"…마이클 조던에 열광 1020,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20세대가 '마이클 조던'에게 열광하고 있습니다. 조던의 경기를 실제로 본 적 없는 이들이 90년대 '농구황제' 조던을 어떻게 알고,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더 라스트 댄스

마이클 조던은 1984년 미국 NBA 시카고 불스 입단 후 득점왕 10회, MVP 11회를 달성하는 등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힙니다.

지난달 11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는 이런 조던의 일대기를 다루며 젊은 세대에 큰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미국 ESPN에서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때 회당 평균 시청자 수는 560만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시청 순위에서 4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급 열풍이 분 겁니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는 '더 라스트 댄스'에 대해 "과거에 대한 회상이 지금 시대와 상당히 맞아 떨어진 것 같고 요즘 분위기에 맞춰 리메이크해 마이클 조던이 다시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패션 아이콘

하지만 1020에겐 마이클 조던은 무엇보다 '패션의 아이콘'입니다.

농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이승준(24·서울대 사회교육과) 씨는 "농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던은 '농구계의 전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농구에 관심 없는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예쁜 하이탑 스니커즈 만든 신발장수 아저씨'라고 칭한다"고 말했습니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조던 신발을 구매하고 옷과 액세서리도 모은다는 '조던 마니아' 박준영(22·서울대 경영학과) 씨는 "우리 또래는 조던이 농구 경기를 하는 걸 보지 못해서 농구인의 이미지보다는 '패션의 거장' 같은 느낌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서울 가로수길에 오픈한 '조던 서울' 매장에서 만난 이예인(20·영국 유학생) 씨는 "조던을 '브랜드'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온 김혜림(20·미국 유학생) 씨도 "딱히 경기를 찾아본 적은 없지만 나이키 하면 조던이 떠오른다"며 "친구들도 조던을 패션 브랜드의 하나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큐 '더 라스트 댄스'에 따르면, NBA에 데뷔한 조던은 나이키가 아니라 아디다스와 스폰서 계약을 하길 원했다고 합니다. 조던의 매니지먼트는 조던과 가족을 설득했고 그렇게 조던은 나이키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김도균 교수는 "나이키의 농구 관련 제품 매출 중 조던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고, 이는 나이키 전체 매출의 5~6%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이키 '에어조던' 시리즈의 브랜드 가치는 그가 은퇴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합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소더비 온라인 경매에서는 35년 전에 조던이 신었던 농구화 '나이키 에어 조던 1'이 6억 9000만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흑인차별 반대 선언 

이번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서도 조던의 영향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조던은 흑인 차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09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엄청난 액수이기도 했지만 좀처럼 정치적 의견을 내지 않던 조던이었기에 큰 화제가 됐습니다. 과거 1990년 흑인 최초로 미국 상원의원에 당선된 하비 갠트가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나왔을 당시 흑인들은 조던이 하비 갠트를 공개 지지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조던이 거부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나이키도 인종차별 반대를 선언했습니다. 조던과 비슷한 시기에 입장을 낸 겁니다. 나이키는 공식 SNS에 공식 슬로건인 'Just do it'을 'Don't do it'으로 바꿔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조던의 가치는 나이키라는 브랜드 가치와 함께 가기 때문에 (조던이) 이런 것(흑인 지지성명 발표)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 같다"며 "나이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젊은 소비자들은 나이키가 (차별 반대를) 실천하는 모습에 열광하며 '나이키는 역시 나이키다', '조던은 역시 조던이다'라는 가치를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020이 왜 '조던'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마이클 조던 열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김태호·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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