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땐 공감, 인천공항엔 분노…청년 '역린' 거스린 靑

중앙일보

입력 2020.06.25 18:48

업데이트 2020.06.25 19:43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에 대해 해명했지만, 청년층 불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기회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에 청와대가 엉뚱하게 정규직·비정규직의 불평등 해소라는 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채용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아우성을 불렀다. 비정규직 입사일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사 방문일(2017년 5월12일) 전·후냐에 따라 정규직 전환 방식을 달리하는 것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고(故) 김용균씨 사망 사건, 구의역 김군 사태 등 비정규직 문제에 공감했던 청년들이 '인국공 사태'에는 반발하는 이유다.

[뉴스분석]청년 '역린' 거스린 '인국공'

황덕순 대통령비서실 일자리 수석. 뉴스1

황덕순 대통령비서실 일자리 수석. 뉴스1

①결국엔 청년 채용문 줄어든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24~25일 연일 방송에 출연해 "정규직 전환으로 청년의 기회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2017년 연간 2만2000명 수준이던 공공부문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가 현 정부 들어(2018~2019년) 3만30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그러나 취업 전쟁에 위안이 될 만한 수치가 아니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확장실업률은 26.3%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최악(5월 기준)이었다. 증가한 공공 채용도 공기업의 성장과 노동 수요에 맞물려 늘어난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늘린 자리다. '취업하고 싶은 자리'는 별로 안 생겼다는 뜻이다.

범위를 인천공항으로 좁혀도 취업 문이 좁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안요원 1900명을 정규직화하더라도 공사 관리직군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러나 직군이 다를뿐이다. 마약사범·테러 등을 진압하는 보안요원 준비생도 엄연히 존재한다. 현재 보안요원 평균 연령은 30세(남자 33세, 여자 28세)다. 정규직화한 보안요원이 60세 정년을 마치는 향후 30여년 동안에는 보안요원 채용이 미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 측은 "앞으로 항공 수요에 따라 보안요원 증원을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정규직 전환에 따라 신규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가 지난 2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2년 반에 걸쳐 합의한 정규직 전환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규직화(직고용) 추진을 발표했다"며 불공정한 전환과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가 지난 2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2년 반에 걸쳐 합의한 정규직 전환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규직화(직고용) 추진을 발표했다"며 불공정한 전환과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뉴스1.

②文 방문일로 운명 가르는 게 공정?  

기회의 공정성 훼손도 논란이다. 취업 준비생만이 아니라 노·노 갈등까지 생기는 이유다. 정규직화 대상이 된 보안요원 사이에서도 정규직화 전환 방식이 문 대통령 공사 방문일에 따라 'BM·AM(Before Moon, After Moon)'으로 나뉘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방문일 이전 'BM 입사자'는 서류·인성검사 등 간소화한 절차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방문 이후 'AM 입사자'는 탈락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 BM 입사자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몰랐지만, AM 입사자는 이를 알고 입사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 논리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능력에 따른 고용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입사일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는 것이다. 인천공항 보안요원 노조는 "공사가 탈락자의 고용 안정 방안 없이 졸속으로 직고용 전환 대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정부 내에서도 기존 직원 수(1400명)보다 많은 1900명을 정규직화하는 인천공항의 '직고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업무 특성을 감안해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 전환을 한 곳은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진 않았지만, (인천공항은) 예상을 초월한 인원을 '직고용'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인천공항공사는 22일 인천공항 보안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화 한다고 밝혔다.2020.6.22/뉴스1

(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인천공항공사는 22일 인천공항 보안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화 한다고 밝혔다.2020.6.22/뉴스1

③'성과 부풀리기'식 정규직화, 실업 늘린다 

문제의 근원에는 정부의 '성과 부풀리기'식 정규직 전환 정책의 실패가 있다. 정부는 올해까지 853개 기관에서 20만50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기존 정규직 입사자와 취준생의 불만이 있다 보니, 대부분 청소·경비·시설관리 등 청년층 선호도가 낮고 파트타임이 선호되는 직군 위주로 정규직화를 진행했다. '숙련되고 지속적인 노동'이란 정규직의 특성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

대신 인건비 부담은 증가해 신규 채용 여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흑자는 한 해 전보다 39조원 감소했다. 반면 임직원 보수 증가율은 2.6%에서 9.3%로 껑충 뛰었다. 생산성이 낮은 부분의 인위적인 정규직화가 청년 실업을 더 옥죄고 있는 셈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공공기관 인건비는 국민 세금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정규직 전환은 세금으로 정규직화 성과를 부풀리는 데 불과하다"며 "성안이 사람으로 가득 차면 성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저생산성 직군의 정규직화는 채용 감소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 등 산재 예방과 갑질 개선 등 취약 노동 계층의 근로 환경 개선에 정책의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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