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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인국공 정규직 전환 잘한 일”…공정 이슈와 선 그은 정의당

중앙일보

입력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결정은 그 자체로는 매우 잘한 일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한 지 3년이 지연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상무위원회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불완전 고용을 공정하게 바로잡는 것으로 채용 공정성을 해치는 것과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대 취업준비생 등 사이에서 제기되는 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3년 전에 지금처럼 청원경찰법을 적용해 초기에 일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면 문제가 안 됐을 것”이라며 “그런데 사측은 경비업법이 개정돼야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되는 것처럼 시간을 질질 끌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25일 오후 6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청원글 상황.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25일 오후 6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청원글 상황.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정의당은 전날 당 정책위원회 명의로 논평을 냈었다.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정부의 무원칙에 있다”며 “스스로 정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었다. 가이드라인은 연중 9개월 이상,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시·지속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는데, 정부와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박 의장은 “혼란을 바로잡는 길은 정부가 정한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을 확고히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커지자 어떤 입장을 낼지 정책위 주도로 내부 검토를 벌였다고 한다. 그 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방향성이 옳다는 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고용구조 개선이 필요한 점 ▶일반직 고용에 영향이 없는 점 등을 통해 ‘방향은 옳다. 하지만 정부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결론을 지었다. ‘(정규직 전환시) 연봉 5000만원’ 등 소문에 대해선 팩트체크도 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조국 사태 때와 같은 ‘공정’ 논란이 일지도 검토한 끝에 “공정성 이슈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정규직이 1400명, 비정규직이 1만명인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고용구조를 가만히 두는 것은 과연 공정한가”라며 “알바(아르바이트) 하다가 정규직이 됐다거나, 연봉이 5000만원이라는 등 가짜뉴스로 인한 분노도 많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인국공 사태에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데 비해 정의당은 노동문제인 이번 이슈를 묵과할 수 없었다고도 한다. 정의당 관계자는 “결국 정의당의 전공은 노동문제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점은 기본적으로 환영하고 가야 할 길이란 점에서 입장을 안 낼 순 없다”고 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오는 29일 ‘로또 취업 성토대회’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어 인국공 사태를 비판할 움직임을 보이자 “각고의 인내를 통해 이제야 정규직화라는 결실을 맞게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로또 취업이라는 멸칭을 사용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과 다르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미래통합당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무책임함에 씁쓸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의당 내부에서도 20대의 박탈감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없진 않다. 정의당 한 혁신위원은 “청년들 입장에선 ‘보안검색요원들이 어떻게 바로 전환이 되느냐,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인데 지도부는 이런 맥락을 전혀 이해 못 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가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활동가 출신이 많다 보니 일반적인 시민 정서와는 괴리감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인국공 사태와 관련해 당 대변인 등 명의의 공식 논평 대신 개별 의원들이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입장을 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정도였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청년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이 사안의 본질은 온갖 차별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왜곡된 현실’에서 출발한다”며 “오늘도 일터에서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장그래와 구의역 김군에게 해법을 내놔야 한다. 그 방향은 ‘일자리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더 안전하기 위해서 생명안전 업무 직접고용 원칙은 더 확고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 원칙은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에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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