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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당뇨 일으킨다? "멀쩡했던 18세, 급성 당뇨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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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환자들이 사용하는 혈당 측정기 [Pixabay]

당뇨 환자들이 사용하는 혈당 측정기 [Pixabay]

한국 기준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 전 세계적으로도 약 4억명이 앓고 있는 병. 바로 ‘당뇨병’이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당뇨병이 코로나19의 중증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경고에 이어, 건강했던 사람도 코로나19 때문에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당뇨 유발할 수 있어"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지난 4월 독일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18세 청소년은 기저 질환이 없었음에도 당뇨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를 무사히 극복했다고 믿었던 순간, 쉽게 지치고 극도로 목이 마른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에서는 1형 당뇨 진단을 내렸다. 주치의인 팀 홀스테인 독일 슐레스비그 홀슈타인 대학병원 의사는 “갑작스러운 당뇨 발병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저질환으로 당뇨병을 앓던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위험하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려져있던 사실이다. 최근 나온 연구 결과는 여기에 더해 당뇨병이 없던 사람이 코로나19 치료 중 갑자기 당뇨 증세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코로나19가 당뇨병과 양방향 관계(bi-directional relationship)에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킹스 칼리지 런던과 호주 등 해외 당뇨 전문가 17명은 지난 14일 국제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코로나19-당뇨병 등록 프로젝트(CoviDiab)’ 설립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환자에서 새롭게 나타난 당뇨병 사례 연구를 통해 최선의 치료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다.

코로나19 감염자에게서 나타난 당뇨 사례 연구를 위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 ‘코로나19-당뇨병 등록 프로젝트(CoviDiab)’ [사진 CoviDiab 홈페이지]

코로나19 감염자에게서 나타난 당뇨 사례 연구를 위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 ‘코로나19-당뇨병 등록 프로젝트(CoviDiab)’ [사진 CoviDiab 홈페이지]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정확히 어떤 원리로 당뇨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코로나19가 인체 세포에 침입할 때 결합하는 단백질인 ‘ACE2’와 관련 있다는 주장이다. ACE2가 사람의 폐 뿐 아니라 췌장ㆍ 간ㆍ신장 등 포도당 대사에 관여하는 장기에도 존재하는데, 바이러스가 여기 침투하면서 포도당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진은 추측하고 있다.

혹시 당뇨병 기저질환이 있음에도 자각하지 못했다가 코로나19로 입원해 검사를 통해 알게된 경우가 아닐까. 이에 대해 연구진은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라는 입장이다. 프란체스코 로비노 킹스 칼리지 런던 병원 전문의는 “일반 병원 진료에서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는 사람의 비율보다 코로나19 치료 중 당뇨병으로 진단받는 사람의 비율이 더 높다”고 밝혔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안되는 1형 당뇨와 장기가 인슐린에 반응하기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2형 당뇨로 구분된다. 특히 1형 당뇨는 유전적인 원인 외에도 바이러스 감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 감염이 췌장의 염증을 일으켜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급성 당뇨 징후 기존 1,2형인지 새로운 유형인지 아직 몰라" 

연구진은 이번 프로젝트로 환자의 인슐린 분비능력과 저항성 등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수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당뇨병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파악하는게 목표다.

코비디아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인 프란체스코 로비노 런던 킹스컬리지 대사외과 교수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급성 당뇨병 징후가 기존의 1,2형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당뇨병인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의료진들과 임상 자료들을 신속하게 공유해 답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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