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론화 원칙 깨져"…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장 사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정 위원장은 26일 서울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으로 사퇴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수립을 위한 정부 공론화 작업이 정 위원장 사퇴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 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탈핵 시민사회계의 참여와 소통을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지만, 산업부에 대한 불신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시민사회계 참여를 끌어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어려워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을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경북 경주역 앞 광장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원들이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추가 건설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경북 경주역 앞 광장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원들이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추가 건설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또 "공론화의 기본 원칙인 숙의성, 대표성, 공정성, 수용성 등을 담보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더는 위원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1년 동안 많은 시간과 예산만 허비한 채 결론도 내지 못하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정 위원장은 "전국 의견수렴을 위한 시만 참여단의 1차 종합토론회가 지난 6월 19~21일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지 못해 다음 달로 연기하게 됐고, 1차 토론회도 탈핵 시민사회계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균형 잡힌 토론회가 어렵게 됐다"면서 "박근혜 정부에 이어 또다시 반쪽 공론화로 '재검토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정 위원장은 또 경주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을 주관하는 지역실행기구도 위원 구성의 대표성과 공정성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원전소재지인 경주시 양남면 주민설명회는 찬반주민 간 격렬한 대립으로 3차례나 무산됐다는 게 정 위원장의 지적이다.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울산 북구 주민투표 지지 기자회견에서 월성 핵발전소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울산 북구 주민투표 지지 기자회견에서 월성 핵발전소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정 위원장은 "시민참여단 모집도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며 "다음 달 예정된 지역 종합토론회도 찬반진영의 균형 있는 토론자를 확보하지 못해 공정한 의견수렴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사회적 협의 형성 없이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원전 운영국가 모두가 직면한 난제"라면서도 "산업부는 포화가 임박한 월성원전 맥스터 확충에만 급급하다는 탈핵 진영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고, 보다 적극적이고 진솔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얻지 못한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추후 공론화를 되살릴 방안도 제시했다.

탈핵 시민사회계를 포함해 사용후핵연료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논의구조로 위원회를 재구성하고, 원전 산업정책 주관부처인 산업부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 기구에서 추진해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탈핵 시민사회계는 국민의 안전과 미래세대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재공론화에 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앞서 정부는 원전 발전으로 쓰고 남은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방법에 대해 국민들과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묻는 공론화 과정을 위해 민간 전문위원 15명으로 구성된 재검토위를 지난해 5월 출범시켰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