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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제일 추운 시베리아 절절 끓는다…여름 앞둔 韓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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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CCS)가 촬영한 20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지표면 온도. AP=연합뉴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CCS)가 촬영한 20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지표면 온도. AP=연합뉴스

북극권에 속한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40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올여름 폭염의 강도가 더해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극동 사하(야쿠티야) 공화국의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최근 섭씨 40도 가까이 치솟았다. 사하공화국 기상 당국은 “베르호얀스크 기상관측소가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 지역의 기온이 38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1885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라고 기상 당국은 설명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9.7도를 기록했다.

다음 날 낮 최고 기온도 34.2도로, 전날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예년 평균기온을 14도 이상 웃돌았다.

사하공화국 베르호얀스크의 한 호수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하공화국 베르호얀스크의 한 호수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르호얀스크는 겨울철에 기온이 영하 50도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힌다. 영하 67.8도까지 떨어지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로만 빌판드 러시아 기상청장은 “시베리아 북부 지역의 일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10도∼12도가량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에 기름유출 사고까지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해 숲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해 숲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베리아 지역의 이례적인 고온현상은 심각한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사하공화국의 산림지역에서 8건, 부랴티야 공화국 7건, 마가단주 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위성에서도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관찰됐다.

히마와리 위성에서 관측한 시베리아 지역의 산불. NOAA

히마와리 위성에서 관측한 시베리아 지역의 산불. NOAA

이상 고온으로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기름유출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시베리아 노릴스크에서는 지반이 침하하면서 열병합발전소 연료탱크가 파손돼 경유 2만여t(톤)이 인근 강으로 유출됐다.

“뜨거운 시베리아, 국내 폭염 부채질”

올해 3월 19일부터 6월 20일까지 평균기온을 2003~2018년 평균과 비교한 그래프. 붉은색이 진할수록 기온이 더 높다는 뜻이다. EPA=연합뉴스

올해 3월 19일부터 6월 20일까지 평균기온을 2003~2018년 평균과 비교한 그래프. 붉은색이 진할수록 기온이 더 높다는 뜻이다. EPA=연합뉴스

올여름 시베리아의 이상고온 현상은 기후변화와 연관이 깊다. 북극권이 뜨거워지는 속도는 지구 다른 곳보다 두 배 이상 빠를 정도로 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0년간 평균온도가 2~3도가량 올랐고, 최근 10년만 해도 0.75도가량 상승했다.

특히 올해 들어 시베리아 지역은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과학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CCS)에 따르면 북극권의 올해 봄철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작년 말부터 올해 봄철까지 북극 지역을 감싸고 도는 바람인 제트기류가 굉장히 세다 보니까 북극의 찬 공기가 북극에 갇혀 있었다”며 “이로 인해 시베리아를 비롯해 영구동토층 지역이 얼지 않았고, 온도상승을 억제할 냉기가 없다 보니 여름이 돼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이 올여름 국내 폭염의 강도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폭염이 심했던 해에는 몽골과 시베리아 지역의 고온 현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시베리아와 몽골 지역에 고온현상이 지속되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 정체가 심하게 나타난다”며 “우리나라는 이동성 고·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비를 뿌려야 땅이 식는데 그런 활동이 약화되고 일사도 강해져 더 고온건조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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