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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카톡에 11번가 들어왔다, 카카오·SKT '3000억 혈맹'

중앙일보

입력

SK텔레콤의 쇼핑몰 '11번가’가 카카오톡에 들어왔다. 국내 최대 메신저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간 협업이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최근 '더보기’ 메뉴 안에 11번가를 추가했다. 이 기능은 전체 카카오톡 이용자 중 10% 미만에게만 적용됐다. 사용자가 카카오톡 더보기에서 11번가를 터치하면 11번가 웹이나 앱으로 바로 넘어간다. 카카오톡 아이디로 11번가에 회원가입 및 로그인도 할 수 있고, 카카오페이로 결제도 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비대면)’ 상황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언택트 사업자들과 파일럿(시범) 서비스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들이 좀 더 편하게 언택트 서비스에 접근하고 새로운 구매환경을 경험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파일럿 서비스 결과에 따라 (11번가를) 계속 카카오톡에 노출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으로 카카오톡 아이디로 11번가에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할 수 있다.

카카오톡 더보기를 통해 11번가로 들어가면 카카오톡 계정을 연동할수 있다.

카카오톡 더보기를 통해 11번가로 들어가면 카카오톡 계정을 연동할수 있다.

카카오가 '선물하기’‘쇼핑하기’ 등 자체 이커머스를 갖추고도 11번가를 카카오톡에 붙인 것은 두 회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두 회사는 미래 사업협력을 위해 지난해 10월 3000억원 규모 지분을 맞교환했다. 그간 음원 서비스인 멜론(카카오)과 플로(SK텔레콤), 택시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와 티맵택시, 내비게이션인 카카오내비와 티맵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했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IT공룡에 대응하기 위해 협업하자는 취지였다. 업계 안팎에선 "피를 섞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후 두 회사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디지털 콘텐트, 커머스 등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0월 SK텔레콤은 카카오와 3000억 원 규모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연합뉴스]

지난해 10월 SK텔레콤은 카카오와 3000억 원 규모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연합뉴스]

플랫폼 업계에선 두 회사 간 협업이 ‘윈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 4518만여 명(1분기 기준)에 달하는 1위 메신저다. 11번가는 지난해 월평균 방문자 수 1700만명(2019년 SK텔레콤 사업보고서)인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 중개 플랫폼) 강자다. 11번가의 상품 수는 1억개 이상, 판매자 수는 1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가 선물받을 사람 간 관계가 기반이 되는 ‘관계형 커머스’에 집중해왔다면, 11번가는 다양한 판매자를 기반으로 가격 할인과 빠른 배송(물류)에 강점을 가진 '목적형 커머스'로 분류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번가 입장에선 카카오톡 이용자가 유입되는 효과가 클 것”이라며 “오픈마켓쪽 자원이 부족한 카카오의 경우 11번가와 협업으로 판매자와 판매 물품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이용자들이 카카오페이로 결제한다면 페이 거래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톡은 최근 일부 사용자에 한해 더보기 메뉴에 '11번가' 연동 메뉴를 추가했다. [사진 카카오톡 캡처]

카카오톡은 최근 일부 사용자에 한해 더보기 메뉴에 '11번가' 연동 메뉴를 추가했다. [사진 카카오톡 캡처]

커머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탄력을 받은 이커머스 시장을 두고 다양한 합종연횡과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쿠팡·네이버 등 국내 이커머스 강자, 카카오·11번가처럼 이에 대응하려는 연합군, 아마존·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선 아마존처럼 시장을 선점한 승자가 모든 걸 얻는다”며 “다양한 분야 회사들이 연합해 여러 전선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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