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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긴한데 왜 전쟁 일어났지?" 영화로 배운 6·25 전쟁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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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6ㆍ25 전쟁의 고지 탈환 전투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고지전'에서 전투에 나선 장병. [영화사 제공]

6ㆍ25 전쟁의 고지 탈환 전투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고지전'에서 전투에 나선 장병. [영화사 제공]

6ㆍ25 전쟁 관련 정보를 영화에서 얻는 국민이 많았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전쟁을 인식하면서 전쟁의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6.25 70주년 옅어지는 기억 中]

중앙일보가 6·25 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한국정치학회와 함께 한국갤럽에 의뢰해 101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복수 응답)에서 대중 매체(66.0%)를 통한 6ㆍ25 전쟁 간접 경험은 교과서(82.8%)를 제외하고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념관 및 전시관 방문’(54.1%), ‘전쟁 경험자와 대화’(50.5%)보다 더 높았다.

표적단심층면접(FGI)에서도 영향력이 가장 큰 대중매체로 영화를 꼽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인천상륙작전’ 이 많이 언급됐고, ‘고지전’, ‘국제시장(흥남 철수)’, ‘장사리 전투’, ‘웰컴 투 동막골’, ‘스윙키즈’ 등을 봤다는 답변도 나왔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6ㆍ25 전쟁 중 실제 있었던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극중 맥아더 장군(가운데)이 작전을 앞두고 도쿄에 마련된 사령부에서 작전 토의를 하고 있다. [영화사 제공]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6ㆍ25 전쟁 중 실제 있었던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극중 맥아더 장군(가운데)이 작전을 앞두고 도쿄에 마련된 사령부에서 작전 토의를 하고 있다. [영화사 제공]

영화가 전쟁 관련 지식이나 인식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지만, 내용은 대개 극적인 연출에 그쳐 전쟁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20대 참여자는 “학교에서 단체로 본 ‘태극기 휘날리며’가 가장 유명한데, 형제가 갈라져 죽게 돼 무척 슬프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6ㆍ25 전쟁 자체보다 주연 배우와 극적 흐름 위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전쟁 배경 설명보다 전투장면 비중이 높아 6ㆍ25 전쟁에 대해 단편적인 이해로 연결되기도 한다. '인천상륙작전'을 봤던 한 20대 참여자는 “영화 시작하고 바로 전투 장면으로 이어진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조금 더 비춰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국제시장'은 6·25 전쟁 중 있었던 흥남철수작전을 다뤘다. 극중 탈출에 나선 피난민이 항구에 모여있다. [영화사 제공]

영화 '국제시장'은 6·25 전쟁 중 있었던 흥남철수작전을 다뤘다. 극중 탈출에 나선 피난민이 항구에 모여있다. [영화사 제공]

40ㆍ50대는 소위 ‘국뽕영화’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제시장'을 본 한 50대 참여자는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아서인지 국뽕이라 생각하면서 봤는데도 흥남철수 장면에서 미군이 잘못한 점도 있지만, 아군으로서 잘했다고 본다”고 했다.

설문조사에서 ‘관심 있는 70주년 기념행사’로 다큐멘터리(65.2%)ㆍ영화 혹은 드라마(54.1%)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와 TV 드라마를 통해 6ㆍ25 전쟁을 접하는 기회는 많이 줄었다는 불만도 나왔다.

한 60대 참여자는 “어렸을 때 TV 드라마 ‘전우’(1984년)를 좋아했는데, 요즘 세대들이 학교 교육만 받을 뿐 볼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했던 허재영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은 연극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공모전과 같은 참여 기회가 많다”며 “6·25 전쟁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기회를 넓혀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철재·박용한·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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