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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 없고, 남부 아닌 수도권부터 내린다…희한한 장맛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오전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가고 있다. 김정연 기자

24일 오전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가고 있다. 김정연 기자

전국에 장마철이 시작됐다. 24일 중부지방부터 내리는 장맛비는 낮부터 전국으로 확대돼 25일까지 이어진다.

기상청은 24일 “오전부터 경기도와 강원북부, 서해안을 시작으로 내리는 비가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중부지방과 남해안, 제주도에는 돌풍이 불거나 천둥·번개가 치는 곳도 있고 강원북부와 제주도에는 시간당 30㎜ 이상의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수 있어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도에는 호우특보, 서해안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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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11시 현재 전국 강수 현황. 중부지방과 서해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비롯해 전국에 비가 내리고 있다. 자료 기상청

24일 오전 11시 현재 전국 강수 현황. 중부지방과 서해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비롯해 전국에 비가 내리고 있다. 자료 기상청

25일은 시간당 1~2㎜의 비가 내리다가 남부지방은 낮에, 중부지방은 밤에 대부분 그칠 것으로 보인다. 25일 밤까지 중부지방과 경북북부, 남해안과 서해안 도서, 지리산 인근 등에는 30~80㎜, 그 밖의 남부지방과 동해안은 10~50㎜의 비가 예상된다. 강원북부와 제주도 남부‧산지에는 120㎜가 넘게 내리는 곳도 있겠다.

장맛비가 수도권부터 내린다? ‘장마전선 없는 장마’

24일 현재 전국에 비를 내리고 있는 장마 구름 위성사진. 서쪽에서부터 세로로 길게 들어오던 구름은 서해상에서 점점 더 커지면서 한반도를 거의 다 덮는 넓은 구름으로 퍼졌다. 기상청

24일 현재 전국에 비를 내리고 있는 장마 구름 위성사진. 서쪽에서부터 세로로 길게 들어오던 구름은 서해상에서 점점 더 커지면서 한반도를 거의 다 덮는 넓은 구름으로 퍼졌다. 기상청

지난 10일 장마철이 시작된 제주 등 남쪽에서부터 비가 올라왔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장맛비는 중부지방부터 시작됐다. 그칠 때도 25일 오전 남부지방부터 그친다.

이번 비를 내리는 구름은 서해상에서 남북으로 길게 만들어져 우리나라 쪽으로 이동해왔다. 서해에 위치한 거대한 저기압대가 만들어낸 ‘세로로 긴’ 구름이다.

장마 하면 떠올리는 전통적인 장마전선은 남쪽 해상에서 동서로 발달한 뒤 오르락내리락하는 형태로 장기간 지속되는 구름대다. 그래서 남부지방부터 비를 내리고 북쪽으로 올라가 전국에 비를 뿌린 뒤,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 남부지방에 마지막까지 비를 내린 뒤 그치는 패턴을 보인다.

지난해 6월 동서로 길게 형성된 장마전선을 그린 일기도. 자료 기상청

지난해 6월 동서로 길게 형성된 장마전선을 그린 일기도. 자료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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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진 중국 남부… 거대 구름 만들어 보낸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는 장마철 길게 내리는 비 가운데 장마전선이 아닌 ‘서쪽 구름’이 만드는 비가 늘어났다. 이 구름이 만드는 비는 장마전선을 따라 순차적으로 내는 비 대신 ‘전국 동시 장맛비’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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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름은 중국 남부가 점점 데워지면서 생겨났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중국 남부가 워낙 강하게 데워지면서, 중국 내륙의 뜨거운 공기와 해안가‧대기 상층의 덜 데워진 공기가 만나 서쪽에서 구름대를 만든다”며 “만들어진 구름이 여름철의 기본 바람인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오면서, 전국에 ‘동시 장마’라고 불리는 비가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부터 비를 내리기 시작하는 장마구름은 서해상에 위치한 거대한 저기압이 만들어냈다. 자료 기상청

24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부터 비를 내리기 시작하는 장마구름은 서해상에 위치한 거대한 저기압이 만들어냈다. 자료 기상청

뜨거운 공기가 상층으로 올라가면 지표 근처에서는 저기압이 생긴다. 중국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저기압이 현재 서해 상공에서 회전하면서 한반도를 거의 다 덮는 구름을 만들어냈다. 윤 사무관은 "이 저기압은 서서히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전선을 형성해 일요일 다시 남부지방부터 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토 다시 덥고 일요일 다시 비

서울 낮 최고기온이 32도를 넘긴 23일 청계천 분수대가 솟아오르고 있다. 25일과 26일은 다시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뉴스1

서울 낮 최고기온이 32도를 넘긴 23일 청계천 분수대가 솟아오르고 있다. 25일과 26일은 다시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뉴스1

연일 전국이 30도를 훌쩍 넘기던 폭염은 비가 내리면서 잠시 꺾였다. 24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24도, 대구 27도, 부산 26도 등 전국이 21~27도 분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루 주춤한 뒤 25일부터 다시 낮 최고기온은 23~30도, 26일도 23~31도로 다소 오른다.

며칠 폭염이 지속된 끝에 23일 밤부터 24일 오전까지 서울과 원주는 내내 25도가 넘는 기온이 유지되면서 열대야 수준의 더위를 보였다. 그러나 오전 8시에 25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서 공식적인 열대야 기록으로는 남지 않게 됐다. ‘열대야’는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최악의 폭염으로 꼽히는 2018년의 서울 첫 열대야는 7월 12일이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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