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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대도 "장학금 20만원씩 지급"…'등록금 환불' 불길 잡힐까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감면 및 일부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감면 및 일부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장학금 형식으로 학비를 돌려주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비 반환에 나서는 학교가 나오면서 다른 대학들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23일 한성대학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통을 나누겠다며 장학금 지급 계획을 밝혔다. 전교생 6567명에게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1인당 20만원씩 장학금을 준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학생 최대 100명을 선발해 특별장학금 100만원도 지급한다.

한성대는 장학금 재원 가운데 2억3000만원을 지난달 18일부터 시작한 모금 활동으로 모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집행이 어려워진 해외봉사·현장실습 관련 장학금과 예산을 아껴 15억1000만원을 마련했다.

한성대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총학생회와 협의를 진행해왔다"면서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생활 장학금을 지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성대학교 전경. 중앙포토

한성대학교 전경. 중앙포토

이처럼 최근 대학가엔 코로나19와 관련된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계명대는 전교생에게 1인당 2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서울 소재 대학 중 최초로 동국대가 모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학생 2000명에게 50만원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장학금 지급에 나선 대학들은 '코로나19 고통 분담'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대학가에선 사회 쟁점화되고 있는 등록금 반환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학금 지급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학교 예산 일부를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시각 때문이다.

직접 등록금 반환에 나선 사례도 있다. 지난 15일 건국대는 다음 학기 등록금 일부를 감면하는 방식으로 학비를 일부 환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격 수업에 따른 등록금 환불의 첫 사례다. 건국대 측은 1학기에 지급하지 못한 성적 장학금과 미집행 예산을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대학교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국회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대학생들이 '대학교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국회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반환에 부정적인 학교가 많고, 장학금 형식으로 일부 반환 결정한 학교에서도 지급 규모 작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학생 사이에서는 장학금이나 미집행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대학에 예산을 지원해 등록금 환불을 돕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예산을 써서 대학생에게 돈을 주는 방식은 검토하지 않는다"면서 "등록금을 돌려준 대학에 예산을 일부 지원하는 방식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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