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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어기고 17명 정상출근···부산 감천항이 불안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러시아 선원들이 2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의료원 음압병실로 들어가고 있다.송봉근 기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러시아 선원들이 2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의료원 음압병실로 들어가고 있다.송봉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부산항운노조 직원 가운데 일부가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항운노조원 17명은 23일 부산 감천항으로 정상 출근했고, 보건당국은 3시간여 뒤에서야 이 사실을 안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의 허술한 관리 체계로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선원과 접촉한 부산항운노조 124명 중 17명 출근 #“자택에 어린 아이나 노모 있어 자가격리 어렵다” 호소 #보건당국 지침 어긴 17명에 1차 경고…2차 위반시 고발 #부산시, 자가격리자 가정형편 등 고려해 호텔체류비 지원 검토

 23일 부산항운노조에 따르면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러시아 선원과 접촉한 부산항운노조원 124명 가운데 17명이 23일 정상 출근했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집에 어린아이가 있거나, 노모를 모시고 있어 자가격리가 어렵다며 17명이 감천지부 사무실로 출근했다”며 “어쩔 수 없이 컨테이너 사무실에 자체 격리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 수칙에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이는 자가격리를 원칙으로 한다. 항만 검역 업무를 맡은 부산검역소는 지난 22일 오후 11시쯤 접촉자로 분류된 부산항운노조원 124명에게 구두로 자가격리 조처를 내렸다. 부산검역소 관계자는 “지난 22일 귀가 조처하면서 23일에 출근하지 말고 자가격리해야 한다고 교육했는데도 일부가 이를 어겼다”며 “구두로 내린 지침도 명령의 효력을 갖는데 항운노조 일부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검역소는 17명이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출근했다는 사실을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부산시에 보고했다. 부산시는 곧바로 17명을 귀가 조처시켰다. 하지만 17명의 출근 동선과 지역 주민과의 접촉 여부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은 “17명이 정상 출근했다는 보고를 뒤늦게 받고 황당했다”며 “17명 모두 자가용으로 출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추가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자가격리 명령을 어긴 17명에게 1차 경고를 했다. 또다시 명령을 어기면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나온 러시아 선박 아이스스트림호가 23일 부산 사하구 감천부두에 정박중이다.송봉근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나온 러시아 선박 아이스스트림호가 23일 부산 사하구 감천부두에 정박중이다.송봉근 기자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17명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부산시의 명령으로 일단 귀가했지만 14일간 자가격리가 어려운 가정이 있다”며 “부산시가 이들이 제대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자택에서 자가격리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라마다호텔을 자가격리 시설로 운영 중이다. 1박에 10만원의 체류비는 자가 부담이다.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부산항운노조원은 비용 부담을 호소하며 호텔 체류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과장은 “가정 내 구성원과 경제 형편 등을 고려해 부산시가 호텔 체류비를 지원할 수도 있다”며 “서구보건소가 접촉자 가정을 방문해 ‘자가격리명령서’를 전달하면서 호텔 체류비 지원 여부를 함께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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