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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부진에 맞벌이 부부 우선 퇴출?…'세금 일자리'에 노년층 맞벌이만 늘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맞벌이 가구 수가 지난해 2년 만에 줄었다. 경제 허리인 30~49세 맞벌이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장년층의 맞벌이는 늘었다. 나랏돈을 풀어 만든 ‘노인 일자리’가 고용 시장을 지탱하는 경향이 맞벌이 가구 지표에도 판박이처럼 투영됐다.

우리동네키움센터 용산 4호점에서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협력해 만든 초등학생 돌봄 시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아이를 돌볼 곳을 찾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 중 많은 이들이 우리동네키움센터의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우리동네키움센터가 전했다.  연합

우리동네키움센터 용산 4호점에서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협력해 만든 초등학생 돌봄 시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아이를 돌볼 곳을 찾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 중 많은 이들이 우리동네키움센터의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우리동네키움센터가 전했다. 연합

30~49세 맞벌이 9만 가구 감소

통계청이 23일 내놓은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맞벌이 가구 수는 566만2000가구다. 1년 전보다 1만3000가구 줄었다. 현재와 같은 방식의 맞벌이 가구 집계는 2011년 시작됐다. 전년 대비 맞벌이 가구 수는 2012년과 2013년 줄어든 이후 2016년까지 증가하다가 2017년 감소했다. 2018년 증가했지만 지난해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부부가 있는 전체 가구(1230만4000가구) 대비 맞벌이 가구 비중은 지난해 46%다. 전년(46.3%) 0.3%포인트 줄었다.

연령별로는 30~49세 맞벌이 가구가 크게 줄었다. 가구주 연령 기준 지난해 30~39세는 맞벌이 가구는 전년 대비 3만9000가구, 40~49세는 5만2000가구 줄었다. 반면 50세 이상 맞벌이 가구는 7만9000가구 증가했다. 15~29세 맞벌이 가구 수는 1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다.

직업별로는 배우자가 동일한 직업인 경우를 기준으로 기능원 및 관련 기능(-1만7000명), 농림·어업 숙련(-1만 명), 판매(-8000명) 등이 감소했다. 전문가 및 관련(2만3000명), 서비스(1만9000명) 등은 늘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10월 고용동향의 모습이 맞벌이 가구 통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전체 취업자는 전년 대비 41만9000명 늘며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50대 이상 취업자가 52만5000명 늘어난 반면, 30대와 40대는 각각 5만명, 14만6000명 줄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고용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맞벌이 부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오르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세금을 써서 노인 일자리를 늘린 영향으로 장년층 맞벌이 부부는 증가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1인 가구 600만 돌파…40대 1인 취업자만 감소 

1인 가구 취업 지표도 유사한 경향을 나타냈다. 전체 1인 가구는 603만9000가구로 전년 대비 25만1000가구 늘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9.9%다. 전년(29.2%) 대비 0.7%포인트 늘었다. 가구 수와 비중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취업을 한 1인 가구는 지난해 367만1000가구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3만4000가구 증가했다. 전체 1인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1%에서 60.8%로 소폭 줄었다.

1인 가구 취업자 증가를 주도한 것도 장년층이다. 50세 이상 1인 가구 취업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11만8000가구 늘었다. 전체 증가 수의 88%를 차지했다. 반면 40대 1인 가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만3000가구 감소했다.

강성진 교수는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 취업 통계에서도 전반적인 민간 취업 창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나타난다”며 “당장 급한 상황에서 세금을 써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민간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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