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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희망될까…아파서 돈 못 갚게 된 50대에 ‘특별면책’

중앙일보

입력

기초생계 급여만으로 생활하면서도 개인회생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월 변제금을 납입해온 50대 여성이 질병으로 더 이상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법원이 특별면책 결정을 내렸다. [사진 셔터스톡]

기초생계 급여만으로 생활하면서도 개인회생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월 변제금을 납입해온 50대 여성이 질병으로 더 이상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법원이 특별면책 결정을 내렸다. [사진 셔터스톡]

몸이 좋지 않아 더 이상 빚을 갚지 못하게 된 50대 여성에게 법원이 특별한 사정을 인정해 남은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여성의 면책 결정을 도운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불황 등으로 인해 개인회생 절차를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특별면책이 가능하니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3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식당일로 월 100만원 정도를 벌던 신모(53)씨는 3500만원의 빚을 갚지 못해 2016년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신씨는 5년간 매월 25만원을 납입하기로 약속하고 법원으로부터 회생 인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신씨는 이후 자궁내막증으로 수술을 받게 됐고, 불안 장애와 불면증을 겪으며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래 전 이혼해 혼자 살던 신씨는 일도 하지 못하게 되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됐다. 신씨는 월 70만원의 기초생계급여가 생활비의 전부였지만 25만원의 변제금은 연체 없이 3년 동안 납입했다.

그러던 신씨는 변제금을 3년 이상 납입하면 변제 기간이 단축된다는 기사를 보고 공단을 방문했다가 크게 실망했다. 관련 법 개정으로 변제 기간이 단축된 것은 맞지만, 신씨는 법 개정 전에 회생 인가결정을 받아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신씨가 변제금을 연체해 개인회생이 폐지되면 그동안 납입한 900만원의 변제금은 이자로 바뀐다. 원금은 하나도 갚지 못한 셈이 돼 다시 빚의 고통에 빠지게 될 수도 있었다.

신씨는 공단의 도움을 받아 서울회생법원에 특별면책을 신청하기로 했다. 특별면책이란 채무자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채무에 대한 책임을 면해주는 절차다. 신씨는 자신이 노동능력을 상실했고, 3년간 성실하게 변제금을 납입했으며 현재는 기초생계급여 월 70만원을 제외하고는 소득이 없음을 강조했다. 또 회생 신청 당시 그가 갚을 수 있었던 돈인 약 150만원보다 3년 동안 더 많은 돈을 갚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 조형목 판사는 신씨의 특별면책 신청을 받아들였다. 조 판사는 “신씨가 변제 계획에 따른 빚을 모두 갚지는 못했다”면서도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변제를 완료하지 못했고, 계획을 변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이에 더해 신씨가 그동안 성실하게 변제금을 납부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신씨를 대신해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 박진무 변호사는 “법원의 특별면책 결정이 쉽지 않은 것은 현실이지만 요건에 해당하고 성실하게 변제해온 점이 인정되면 법원으로부터 긍정적인 판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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