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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반도 주변 항모 3척 전개…김정은 우려가 현실로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 때 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 같자 이렇게 던졌다.

니미츠함의 갑판에서 F-18 수퍼호넷 전투기가 대기하고 있다. 니미츠함은 필리핀해에서 시어도어 루스벨트함과 합동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니미츠함의 갑판에서 F-18 수퍼호넷 전투기가 대기하고 있다. 니미츠함은 필리핀해에서 시어도어 루스벨트함과 합동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 해군 제공]

▶김정은=“북한은 안보에 대한 어떤 법률적 보장도 얻지 못했다.”
▶트럼프=“어떤 보장을 원하나?”
▶김정은=“북한과 미국은 외교 관계가 없다. 70년 동안 적대적이었다. 개인(김정은-트럼프) 관계는 여덟달에 불과하다. 만일 미국 군함이 북한 영해에 들어오면 어떡하나?”
▶트럼프=“내게 전화해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의 『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에 나온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 수도 있는 상황이 일어났다. 북한 영해는 아니지만, 북한 가까이에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전개한 것이다.

23일 미국 인도ㆍ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과 니미츠함(CVN 68)이 지난 21일부터 필리핀 해에서 작전 활동에 나섰다. 미 해군은 이들 항모가 7함대에 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7함대는 한반도를 포함한 서부 태평양을 작전구역(AOR)으로 삼고 있다.

7함대는 이미 일본 요코스카(橫須賀)를 모항으로 둔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을 갖고 있다. 레이건함은 태평양에서 훈련 중이다. 루스벨트함과 니미츠함이 가세하면 모두 3척을 운용하게 된다.

USNI 뉴스가 밝힌 서부 태평양에 전개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의 위치. 로널드 레이건함은 태평양에서, 니미츠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은 필리핀해에서 각각 작전 중이다. 일본 사세보항엔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이 정박 중이다. [USNI 뉴스]

USNI 뉴스가 밝힌 서부 태평양에 전개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의 위치. 로널드 레이건함은 태평양에서, 니미츠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은 필리핀해에서 각각 작전 중이다. 일본 사세보항엔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이 정박 중이다. [USNI 뉴스]

미 해군의 항모 2척이 필리핀 해에서 작전 중인 이유는 남중국해에서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벌일 경우 바로 한반도로 이동할 수 있다. 7함대에 항모 3척을 몰아주는 게 한반도 안보 정세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7년 11월에도 로널드 레이건함, 루스벨트함, 니미츠함 등 항모 3척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합동훈련을 했다. 북핵 위기가 가장 높았을 때 북한에 대해 고강도 무력시위 차원이었다.

여기에 미 해군이 일본 사세보(佐世保)에 배치한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LHA 6)은 사실상 경항모다. 수직 이착륙 기능을 갖춘 미 해병대의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최대 20대까지 실을 수 있다.

한편 한ㆍ미는 22일 정찰기 8대를 동원해 대북 감시에 나섰다. 당시 북한이 1200만장의 대남 비방 삐라를 날리겠다고 위협하며, 최전방에 대남 확성기를 설치했다.

항공기 추적사이트 ‘노 콜 사인’(No call sign)에 따르면 한국 공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1대와 미 공군 정찰기 RC-135W 리벳조인트 1대, 주한미군 정찰기 RC-12X 가드레일 6대 등이 한반도를 비행했다. 한·미 정찰기 8대가 같은 날 출격해 대북 감시 비행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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