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섯개 리뷰 1000건에 800만원"…임블리도 혀내두른 수법

중앙일보

입력 2020.06.23 05:01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해 ‘곰팡이 호박즙’ ‘명품 표절’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인터넷 쇼핑몰 ‘임블리’가 상품 후기를 조작하다 적발됐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임블리를 포함한 인터넷 쇼핑몰 7개 업체는 후기 게시판에서 특정 상품평만 상단에 노출되도록 조작하는 행위 등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

쇼핑몰 후기조작 대행 버젓이 성행
구매자만 후기작성 가능한점 악용
알바생이 쇼핑몰서 상품 구매하면
빈박스 발송해 정상거래로 속여

적발된 구매 후기 조작은 일부 사례에 불과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리뷰를 둘러싼 소비자 기만 행위는 더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단지 상단 노출이라는 순서 문제가 아니었다. 리뷰 자체가 허위로 작성되고 있었다. 전문 대행업체까지 나서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허위 리뷰를 만들어냈다.

맞춤 리뷰 1000건에 800만원

비즈니스 플랫폼 '크몽'에 올라온 리뷰 마케팅 업체 홍보글. [크몽 홈페이지 캡처]

비즈니스 플랫폼 '크몽'에 올라온 리뷰 마케팅 업체 홍보글. [크몽 홈페이지 캡처]

리뷰 조작은 ‘리뷰 마케팅’ ‘리뷰 관리’ ‘최적화 노출’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다. 포털사이트에서는 이를 대행하는 업체가 버젓이 광고를 내걸었다. 비즈니스 플랫폼 ‘크몽’은 리뷰 조작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고 있었다. 이곳에 등록된 ‘리뷰 마케팅’ 관련 글은 600개가 넘었다. 분야도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카카오 헤어샵’ 등 세분화됐다.

업체 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판매 중인 상품의 리뷰를 늘리는 것이 가능하냐”고 물어봤다. 상담원으로부터 즉각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업체가 진행하는 리뷰 조작에 대한 설명이 뒤따랐다. 상담원은 “실제 구매가 이뤄져야 후기 작성이 가능하다”며 “제품을 구매한 리뷰어들에게 금액을 환불해주고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리뷰 작성 가이드라인을 주면 그에 맞춰 리뷰가 달리도록 진행해주겠다”고 덧붙였다.

비용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상담원은 리뷰어 섭외에 따른 운영비도 지급해줘야 한다고 했다. 원고료와 운영비를 포함한 리뷰 한 건당 비용은 1만~1만5000원 선이었다. 상담원은 “1000건을 진행하면 할인이 들어가 800만~900만원 선에서 작업이 가능하다”며 “1000건 이상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여러 건을 진행하면서 문제된 적이 전혀 없다”며 “쇼핑몰 측의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실제 구매자인 것처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배송되는 빈 박스의 정체

리뷰 아르바이트생의 허위 리뷰 작성 과정.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리뷰 아르바이트생의 허위 리뷰 작성 과정.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리뷰어’의 정체를 알고자 인터넷 쇼핑몰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를 찾았다.
이곳의 구인구직 게시판에는 ‘리뷰 알바’를 구하는 글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왔다. “스마트 스토어 재택근무 리뷰알바 모집합니다”라는 글에 적힌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냈다. 5분 뒤 7단계의 행동 순서가 적힌 답장이 왔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순서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대행업체의 말대로 리뷰어는 실제 제품을 구매해야 했다. 후기 작성을 위해서는 구매 이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돈을 낼 필요가 없었다. 그 비밀은 ‘무통장입금’ 방식에 있었다. 무통장입금 구매 시 생성되는 가상계좌 번호를 업체 측에 알려주면 업체가 대신 상품 구매비용을 입금했다. 대행업체가 말한 ‘환불’의 방식이었다. 이후 업체는 구매자의 주소로 송장이 붙은 빈 박스를 보낸다.

외견상 구매와 발송은 모두 실제로 이뤄졌다. 그러나 제품 구매 비용은 업체가 부담하고 빈 박스를 구매자에게 발송해 허위로 배송이 이뤄질 뿐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리뷰 알바생인 구매자는 업체 측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별 다섯 개짜리 후기를 올리면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리뷰 조작은 전문적인 대행업체와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리뷰 조작을 의뢰한 상품 판매 업체의 협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리뷰 아르바이트생 모집 관련 메시지 대화 내용. [카카오톡 캡처]

리뷰 아르바이트생 모집 관련 메시지 대화 내용. [카카오톡 캡처]

“적발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공정위 관계자는 “대행업체를 통한 리뷰 조작과 관련해 현재까지 파악된 현황은 없다”며 “실제 구매자가 후기를 남겼는지 아니면 빈 박스만 보내고 허위 리뷰 작성을 의뢰했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아 증거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방식의 조작은 행정적인 조사로 적발하기 어려워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공조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은 리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AI까지 도입해 어뷰징되는 상품평을 사전에 걸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가짜 리뷰와의 전쟁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며 “판매자와 구매자 간 공모 정황이 있는지, 작성되는 리뷰가 비정상적인 패턴을 보이는지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파악하고 있지만 이를 뚫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도 만만치 않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리뷰 마케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업체의 대표는 “정말 유명한 상품을 아무리 싸게 팔아도 리뷰가 없다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마련”이라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지속적으로 리뷰를 관리해야만 상품이 팔린다”고 하소연했다.

“리뷰 조작은 업무방해죄”

이러한 조작 행위는 포털 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 등 해당 사업자에 대한 업무방해 행위가 될 수 있다. 민지환 변호사(법무법인 YK)는 “바이럴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마케팅 수법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왔다”며 “대가를 받았음에도 이를 명시하지 않으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리뷰”라고 강조했다. 그는 “리뷰 조작으로 시장경제를 훼손하고 포털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형법 314조는 인터넷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허위 리뷰 피하려면...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상에서는 허위 리뷰를 피하는 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리뷰는 ‘평점 낮은 순’으로 봐라”가 대표적이다. 높은 평점은 조작된 리뷰일 가능성이 높지만 낮은 평점의 리뷰는 상품에 불만이 많은 실제 구매자가 주로 남기기 때문이다. “Q&A를 잘 살펴봐라”도 있다. Q&A에 반품 관련 글이 많다면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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