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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성 부축하며 성추행 한 소방관…"직업의식 발휘한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술에 취한 여성을 지하철역과 길거리에서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소방간부 A씨(53)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간부급 공무원이었던 A씨가 지난해 8월 지하철역에서 벌인 사건에 대한 처벌이다. 그는 재판과 수사 단계에서 ”소방관이라 도우려고 했을 뿐이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 "범행 수위 높고 대담"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12일 유사강간 혐의로 A씨에게 징역 1년에 성폭행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A씨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A씨가 혐의를 부인하다가 뒤늦게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

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재판부는 A씨를 법정 구속하면서 ”막차를 타고 역에서 내려 지나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대로변에서 이러한 범행을 한 것을 보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범행 자체도 수위가 높고 대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재판부에 ”마지막으로 기회를 부탁드린다“고 피해자와 합의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 "부축해주겠다더니…"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해 8월 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지하철역이다. 이날 오전 1시쯤 A씨는 술을 마시고 집에 귀가하던 피해 여성을 처음 만났다. A씨는 이 여성을 뒤에서 끌어안고 옷 속으로 손을 넣어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 정도가 심해 유사강간 혐의가 적용됐다.

피해 여성은 사건 당일 경찰에 신고하고 ”지하철에서 내려 올라가려는데 A씨가 다가와 ‘부축해주겠다’고 하더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강하게 끌어안기 시작했다“며 ”무서워서 저항하지 못했는데, A씨가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도로를 무단 횡단해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고 덧붙였다. CC(폐쇄회로)TV에도 추행 장면이 찍혔다.

CCTV 찍혔는데…"내가 소방관"

경찰은 사건 당일 CCTV와 교통카드 사용 내역으로 A씨를 특정했다. A씨는 서울 노원경찰서와 서울북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소방 공무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소방공무원으로서 직업의식을 발휘해 피해자가 다치지 않도록 부축해 준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추행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중앙포토]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중앙포토]

A씨는 '취한 여성이 있으면 신고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느냐'는 경찰 질문에 ”제가 소방관이기 때문에 직접 지하철역 밖까지 부축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도 A씨가 혐의를 부인하자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면서 ”범행을 뒤늦게 인정해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2차 피해를 받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A씨가 피해 여성을 뒤에서 끌어안고 더듬는 장면 등은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비추던 CC(폐쇄회로)TV에 찍혔다. 검찰은 CCTV 등을 근거로 A씨의 진술이 허위가 아니라고 봤다.

A씨에 해임 중징계 처분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소방공무원 징계 건수는 총 1082건에 달했다. 이중 성범죄로 인한 징계는 91건이다. 매년 20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이 성범죄로 징계를 받는 셈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A씨가 기소되면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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