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與입법에 표현의 자유 신음···국민 무시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22 15:29

업데이트 2020.06.22 15:43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뉴스1]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뉴스1]

김태규(53ㆍ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최근 여당이 추진하는 대북전단 금지법이나 역사왜곡금지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쓴 글을 통해 “대북전단 금지와 역사왜곡 금지법 등으로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교류법으로 전단 금지…“엉뚱한 법 적용”  

통일부는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이 대북 전단과 쌀이 든 페트병 등을 살포하는 과정에서 남북교류협력법과 항공안전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 1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들 탈북자 단체를 수사 중이다.

김 부장판사는 통일부의 수사 의뢰 및 경찰 수사가 잘못된 법 적용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북 인권단체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법률적 근거가 실제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인데 폐쇄된 북한 지역에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단를 보내는 것은 애초 이 법이 예정한 범위에 들어간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 부장판사는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표현 수단인 전단 날리기를 두고 남북 사이에 경제 협력과 교류를 전제로 만든 법을 적용하는 것은 전혀 평면을 달리하는 엉뚱한 법 적용”이라고 비판했다.

역사 해석을 법으로?…법안 자체가 국민 무시”

역사왜곡금지법안에 대한 쓴소리도 덧붙였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초 발의한 ‘역사왜곡금지법’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폄훼하거나 피해자나 유가족을 이유 없이 모욕하면 최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토록 한다.

 김 부장판사는 “입법 시도의 무모함에 자못 놀랍다”며 “법안 자체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심각한 무시”라고 일갈했다. 우리 국민이 법으로 정한 사실과 역사적 인식을 정해줘야 바른 역사 인식을 할 수 있다고 보는지 되묻는 취지다. 그는 “사실 인식과 해석을 법으로 정하고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나 극도의 독재를 행하는 국가”라고 글을 이었다.

그러면서 김 부장판사는 “역사왜곡금지법이 역사를 바로잡을 요량이라면 그 대상 시기나 사건을 한정할 이유가 없다”고 반문했다. 그는 “내가 정하는 사건에 대해서만 부정적인 말을 입에 올리면 처벌하겠다고 들면 그 균형감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면서 “(이런 법안 등이) 법원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의욕이 앞선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 ‘성역’ 되어선안 돼

정의기역연대 사건 역시 표현의 자유의 연장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성역화하는 행위는 자유 국가에서 경계해야 할 일 중 하나”라며 “자유로운 비판과 검토가 어려운 영역에서는 꼭 엉뚱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한 무리가 그 이슈 자체를 성역화하고 모든 사실인정과 평가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만들고, 외부 세력의 접근은 성역에 대한 도전으로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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