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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재포장 논란에 두손 든 환경부···결국 6개월 연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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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환경부가 금지한 상품 재포장 사례.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금지한 상품 재포장 사례. 환경부 제공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1+1’ 재포장 금지법의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의견수렴과 계도기간을 거쳐 집행 시기를 6개월 늦추기로 했다.

환경부는 22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재포장 금지 제도’ 세부지침 재검토 일정과 시행 시기를 발표했다.

우선 논란이 됐던 재포장 금지 제도 세부지침(가이드라인)은 재검토를 거쳐 보완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재포장 금지 적용대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묶음 포장 할인을 규제한다는 오해가 발생했다”며 “재포장 금지 제도의 조속한 안착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이드라인 등에 적시할 재포장 금지 적용대상에 대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보완된 세부지침과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사항들을 모두 논의 선상에 올리고 다음 달부터 3개월 동안 제조·유통사, 시민사회, 소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의견을 수렴한다.

아울러 관련 업계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10월부터 연말까지 3개월의 적응 기간을 거친다. 이 기간에 소비자 여론조사와 제조·유통사 등 관계 업계의 현장 적용 가능성도 평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장 적응 기간에 발생한 문제점을 수정·보완한 뒤에 내년 1월부터 재포장 규제를 본격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재포장 가이드라인 발표에 시장 ‘혼란’

환경부가 금지한 상품 재포장 사례.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금지한 상품 재포장 사례. 환경부 제공

다음 달 시행을 앞둔 재포장 금지 제도가 논란이 된 건 어디까지를 재포장으로 보고 규제할 것인가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에 속한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면적이 33㎡ 이상인 매장이나 제품을 제조·수입하는 업체는 생산된 제품을 다시 포장해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는 업계의 요청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18일 업계 간담회를 열고 재포장에 해당하는 경우와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1’와 같이 판촉이나 가격할인을 위해 포장된 제품을 2개 이상 묶어서 추가로 포장하는 건 금지된다. 사은품 등을 포장된 단위제품과 함께 다시 묶어 포장하는 것도 안 된다. 다만 판촉 목적이 아닌 여러 개 단위제품을 다시 포장하는 통상적인 종합제품은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재포장된 제품의 처리가 어렵고 할인 마케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반발도 나왔다. 결국 시행을 불과 열흘 남긴 상황에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원점 재검토라는 결정을 내렸다.

“할인 규제 아니다”…“업계 목소리 반영돼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환경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재포장 금지 제도가 가격할인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포장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재포장이 금지되는 제품은 낱개를 여러 개 가져가거나 띠지 등 다른 방법으로 묶어 가격할인 판촉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묶음 포장재를 감축하는 정책목표는 묶음 할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며 “원래 목표했던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해 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재포장 금지 제도 집행 시기가 늦춰진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쓰레기 줄이기는 당연히 해야 하고, 재포장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협의체를 통해 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권필·문희철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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