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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에 기회는 다시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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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선욱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선욱 산업1팀 기자

최선욱 산업1팀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참여하는 경제 공부모임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가 지도부에 막힌 소식이 알려진 뒤, 전경련 내부에선 체념과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이번 정권에선 여당과의 관계 회복이 당연히 어렵지 않겠느냐”(체념), “역대급 권한을 갖게 된 여당이 만남조차 거부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안타까움)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민주당과 전경련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틀어진 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계기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의 지시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모금을 주도하고,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가 불거지면서다. 그해 12월 민주당 주도로 열린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뒤, 다른 대기업들이 줄줄이 전경련을 떠나면서 종전의 위상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노트북을 열며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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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기업들의 이익단체로서 정부·여당을 꾸준히 만나야 옛 명성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4년 전 일이 국민 머릿속에 생생한데 전경련과 함께 뭔가를 도모하면서 점수 깎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저희 당 분위기 아시잖아요”라는 민주당 관계자의 한마디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전경련은 일반 대중 입장에선 알 필요도 없었고 큰 관심을 받는 곳도 아니었지만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그 운영 사항에 대해 여론의 감시를 받는 조직이 됐다. 전경련이 2017년 ▶조직 축소 ▶회장단 회의 폐지 ▶급여 삭감 등의 쇄신안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이미지까지 벗었다고 평가해주는 여론은 약해 보인다. 월급을 스스로 깎고 조직 크기를 줄이는 것만으로 쇄신했다고 박수쳐주는 사람이 없어서다. “민간 조직에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는 불만도 있지만 전경련 위상 회복에 도움되지 않는다.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결국 국민에게 도움되는 일을 꾸준히 하면 자기편이 생긴다는 당연한 원리를 믿고 실천하는 수밖에 없다. 그 일은 ‘자유시장경제의 창달,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 우리 경제의 국제화 촉진’이라고 설립이념을 통해 전경련 스스로 선언해놨다. 실천이 신뢰로 이어지는 그 날이 오면 “어떤 경제 정책이 필요한지 함께 공부하자”는 제안은 누가 권력을 잡든 오게 돼 있다. 정치권력은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최선욱 산업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