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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나쁜 스트레일리, 실력·인품은 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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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뛰어난 투구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1승에 머무는 롯데 스트레일리. [연합뉴스]

뛰어난 투구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1승에 머무는 롯데 스트레일리. [연합뉴스]

불운한 레일리가 가니, 더 불운한 스트레일리가 온 건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 댄 스트레일리(32·미국)가 연일 호투하고도 1승에 그치면서 나온 얘기다.

호투에도 1승에 그친 롯데 에이스 #불운의 아이콘 레일리 대신 영입 #1~2실점 잘 던져도 타선이 침묵 #불만 대신 동료에게 티셔츠 선물

지난해 롯데에서 뛴 브룩스 레일리(32·미국)는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잘 던지고도 번번이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30경기에서 181이닝(8위)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이 3.88(18위)이었다. 하지만 5승에 그쳤고, 패배는 그 세 배 가까운 14번이었다.

롯데가 지난해 최하위이기도 했지만, 레일리가 나오는 날에는 유독 실책이 쏟아졌고 타선은 침묵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팀을 이끈 공필성 당시 감독대행은 “(순위 싸움이 끝난 뒤에도) 레일리가 정말 열심히 했는데…. 너무 안 풀려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롯데에서 다섯 시즌을 뛴 레일리는 지난해를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떠난 레일리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롯데가 영입한 투수가 댄 스트레일리다. 스트레일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뛴 2013년 10승(8패)을 거둬, 아메리칸리그(AL) 신인상 투표에서 4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44승40패, 평균자책점 4.56이다. 지난해에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5승(6패)을 거뒀다. 팬들은 레일리와 이별을 아쉬워하면서도 “스트롱(strong) 스트레일리가 왔다”며 반겼다.

스트레일리를 따라 롯데 구단이 제작, 판매 중인 ‘준태 티’. [사진 롯데 자이언츠]

스트레일리를 따라 롯데 구단이 제작, 판매 중인 ‘준태 티’. [사진 롯데 자이언츠]

스트레일리는 에이스 역할을 착실히 했다. 아드리안 샘슨(29·미국)이 집안 사정으로 미국에 다녀오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 코칭스태프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간격을 좁혀 등판하기도 했다. 성적도 훌륭하다. 평균자책점(이하 20일 현재)은 구창모(NC·0.82), 에릭 요키시(키움·1.68)에 이어 3위(2.10)다. 투수 전체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 스탯티즈 기준, 2.50)와 투구 이닝(55와 3분의 2)은 2위다. 다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9경기에서 겨우 1승(2패)에 그쳤다. 5경기 등판한 샘슨이 2승(3패, 평균자책점 5.96)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6일 KT 위즈전에선 7회까지 한 점도 안 줬는데, 롯데도 무득점에 그쳤다. 롯데가 9회 초 점수를 내 1-0으로 이겼지만, 스트레일리는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12일 LG 트윈스전에서도 7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2실점(1자책) 했지만 승패 없이 물러났다. 18일 키움전에서도 8회(2실점)까지 버텼는데,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점차 “이름이 (불운했던) 레일리와 비슷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외국인 투수의 경우 대개 승리에 연동해 인센티브를 책정한다. 잘 던지고도 운이 따르지 않아 승수를 쌓지 못하면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스트레일리는 이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팀 동료인 포수 김준태 얼굴을 넣은 티셔츠를 만들어 입는 등 동료와 잘 어울린다. 급기야 구단은 팬 요청에 따라 ‘준태 티’를 공식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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