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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잇따른 '아라뱃길 잔혹사'···전여친 살해한 남성 그곳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인 사이였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20대 남성 A씨(왼쪽)와 시신 유기에 가담한 20대 여성 B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연인 사이였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20대 남성 A씨(왼쪽)와 시신 유기에 가담한 20대 여성 B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4월 이후 A씨의 여자친구는 끊임없이 바뀌었다. B씨와 헤어지면 C씨를 만났고 C씨와 이별하면 다시 B씨와 교제했다. B씨와 C씨를 번갈아가며 만나는 일이 반복됐다.
지난 1월 C씨는 A씨가 B씨와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A씨에게 “과거에 날 폭행한 것을 모두 고소하겠다. 14일에 조사를 받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과거 A씨는 C씨를 폭행하고 C씨 집 문을 파손한 적이 있었다. A씨는 만류했지만 C씨는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며 단칼에 끊어냈다.

A씨는 지난 1월 12일 오전 9시쯤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C씨 집을 직접 찾았다. 고소를 막으려는 A씨와 거부하는 C씨 사이에 말다툼이 시작됐다. C씨가 고발 의지를 꺾지 않는 데다가 “A씨가 하는 출장 마사지까지 신고하겠다”고 하자 A씨는 격분했다. 수차례 C씨를 때린 A씨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했고 결국 C씨를 살해했다.

범행 직후 A씨는 B씨와 논의 끝에 사체를 유기하기로 했다.
이들은 쇼핑몰에서 여행용 가방을 산 데 이어 인근 가게 앞에 있던 마대자루를 챙겼다.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은 뒤 물에 빠트릴 생각이었다. 같이 넣을 아령 3개까지 구매한 이들은 강화도로 향했다. 그러나 다리 난간이 높았고 마대자루가 무거웠던 탓에 실패했다. 결국 인천 서구 경인아라뱃길 인근으로 향한 이들은 갈대밭 안쪽에 마대자루를 놓은 뒤 근처 풀을 뜯어 감췄다. 범행 장소를 물색하던 중 경치가 좋다며 셀카를 찍기도 했다.

C씨인 척 피해자 가족에 거짓 메시지

이후 A씨는 C씨인척 행세했다. C씨 휴대전화로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를 C씨 아버지에게 보냈고 C씨의 월세까지 대신 지불했다. 그는 지인에게 “3∼4개월만 지나면 증거불충분이니 버티다가 몇 개월 뒤에는 내 인생 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A씨 등의 범행은 꼬리를 잡혔다. 2월 26일 오전 11시50분쯤 이들은 서울시 강서구 한 빌라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각각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와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A씨에 징역 25년, B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다른 범행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지른 점, C씨의 휴대폰으로 유가족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점, 유가족이 엄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7일 아라뱃길에서 시신 일부가 또 발견됐다. [계양경찰서 제공]

7일 아라뱃길에서 시신 일부가 또 발견됐다. [계양경찰서 제공]

잇따른 아라뱃길 잔혹사 

아라뱃길서 발견된 시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아라뱃길서 발견된 시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아라뱃길 부근에서는 시신이 발견되는 일이 많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7일 아라뱃길 다남교 부근과 귤현대교 부근에서 훼손된 시신 일부가 잇따라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석결과 두 시신의 DNA는 일치했다. 경찰은 지난달 파주에서 3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사건과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국과수는 아라뱃길서 발견된 시신은 파주 사건 피해자와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훼손된 시신 부위에서는 지문을 채취할 수 없는 데다가 신원을 추정할 단서가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진 상태다.

2016년에도 아라뱃길에서 머리가 없는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엔 머리를 제외한 다른 신체 부위가 온전했고 신분증 등이 발견돼 신원 확인이 가능했다. 나머지 부위도 곧이어 발견됐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아라뱃길 경찰대 관계자는 “아라뱃길은 폭이 80m로 한강보다 좁은 편이라 행인이 물가에서 시신을 발견해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계양대교 부근에서 신고가 많이 접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단적 선택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강력범죄와 연련된 경우도 있어 주기적으로 순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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