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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주호영의 ‘강한 야당론’…“보수, 기본소득제 담론 통해 자유의 가치 확장해야”

중앙일보

입력

■ “민주당에 원 구성 협상이 아니라 협박 당해… 뺨 맞아도 다시 싸우겠다”
■ “야당, 재정건전성 걱정할수록 집권 가능성 멀어지는 것 같아”
■ “당 지지율 반등에 시간… 장외보다 국회 안에서 팩트·정책·대안으로 싸울 것”
■ “김종인 체제 방향성 놓고 당내 노선 갈등 없어… 경계 허물고 대선 후보군 육성”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기본소득제 이슈 제시를 우호적으로 바라봤다. 콘텐트뿐 아니라 이미지 변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 사진:김현동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기본소득제 이슈 제시를 우호적으로 바라봤다. 콘텐트뿐 아니라 이미지 변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 사진:김현동 기자

여의도 국회 본관 2층의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 벽에 ‘默忍’이라는 한자가 붙어 있었다. 주호영(60)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왼쪽부터 읽어야 된다. ‘묵인’이 아니라 ‘인묵’이 맞다”고 설명했다. 해석하면 ‘참고 침묵한다’가 된다. “인내란 참을 수 없는 걸 참아내는 것”이라고 했던 어느 정치가의 경구가 어쩐지 주 원내대표의 다짐과 겹쳐지는 듯했다.

현실적으로 주 원내대표를 둘러싼 상황은 참고 침묵할 환경이 아니다. 177석의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은 103석의 제1야당 미래통합당을 원 구성부터 ‘패싱’했다. 민주당은 6월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기획재정·외교통일·국방·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위 등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여당의 일방통행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주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항의 차원에서 15일 사의를 표명했다. 주 원내대표 인터뷰는 6월 11일 이뤄졌다. 이후 사의 표시 다음 날인 16일 추가로 내용을 보탰다.

“민주당, 마음대로 하겠다고 선포한 것”

주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지만, 통합당 의원들은 만류하고 있다.

“‘취부득 사부득(取不得 捨不得)’이다. 취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관례적으로 제1야당 몫인) 법사위를 못 지켜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일당독재가 시작됐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통합당) 의원총회에서는 사퇴를 반려한 상황이다. 사퇴한 사람이 반려했다고 사퇴를 철회하는 것도 맞지 않고, (혼자 그만두겠다고) 고집부리는 것도 안 맞다. 그 사이에 끼어 있다.”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언제 절망했나?

“처음부터 협상이 없었다. 저쪽(민주당)에서 만나자는 게 협상의 여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만났다. 그러나 처음 만났을 때 한 말이랑 하나도 변화가 없었다.”

협상이 아니라 통보로 들렸겠다.

“(통보도 아니고) 협박이었다. 합의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법사위를 내주는 걸 전제로 삼는 데 그런 합의는 우리 당이 할 수 없음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18석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간다’고 협박하다가 그 이후 나온 말이 ‘11:7로 나누겠다’였다. 그것(민주당이 지정해주는 대로 상임위원장을 받는 안)을 받지 말자는 게 (통합당의) 압도적 정서였다.”

주 원내대표는 6월 15일 본회의를 두고 “국회가 없어진 날”이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를 반대한 것도 아니고 기권했다고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하는 정당이다. 이런 정당은 151석만 가져도 모든 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헌법을 형해화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대로 다한다는 선포를 한 것이다. 우리 국민이 이 심각성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라의 견제와 균형 작동원리인 언론·사법·국회를 무력화하고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장외투쟁은 안 하겠다는 기조는 유지되는 건가?

“국회의원의 가장 효과적인 투쟁은 국회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뺨 맞아도 다시 가서 또 따지고 싸울 수밖에 없다.”

통합당 내부 얘기를 해보자. 5월 7일 통합당 원내대표 취임 후 한 달이 흘렀다. ‘자가진단’을 해 달라.

“우리 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부터 시작해서 쌓여온 부정적 이미지를 못 털어내고 있다. 지금 문재인 정권의 실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민주주의 파괴, 사법부 파괴, 국회 장악…. 말로는 민주화를 외쳤지만, 실질적으로는 민주주의·법치주의를 깨고 있다. 조국, 윤미향 사태에서 보듯, 거짓과 정의를 뒤바꿨다. 이러면 국민이 비판해서 지지율이 떨어져야 하는데 유지되고 있다. 우리 당과 상대적 비교를 해서 아직도 국민 다수가 우리보다 저쪽(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왜 그럴까?

“통합당은 이 정권과 민주당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원내대표로서) 한 달을 해보니까 우리 당도 많이 고쳐야 했다. 그동안 잘못하고 부정적이었던 것들 때문에 몰락했는데, 밖에서 봤던 것보다 (안에 들어와서 보니까) 더 심했다. 조직, 홍보, 자세, 미래 비전 등 다 부족하다. 말만이 아니라 진짜 애국하고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모두가 실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사람이 거의 그대로인데 바꾸는 게 쉽겠나?

“문제다. 사람은 관성 탓에 편해지려고 한다. 완전히 바꾸지 못하면 어려울 것이다. 탄핵 이후 당을 해체한다든지, 책임 있는 사람들의 책임지고 퇴장하는 모습이 없었으니, 그 잔상들이 계속 남아서 부정적 이미지가 됐다.”

양정숙·윤미향 후보가 국회의원이 됐다. 통합당은 이들을 비토했을 뿐, 팩트로 저격하는 실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비례대표 당선자를 의원직에서 축출하는 (절차적) 방법은 국회 윤리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3 이상이 제명에 동의해야 한다. (200명의 찬성을 얻어내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여론의 힘으로 그 사람들이 사퇴하도록 해야 한다. 세상이 참 희한하게 됐다. 민주당이 (윤미향을) 감싼다. 불의가 정의가 됐다. (야당이) 무능하고 적극적이지 않다고 들릴 수 있겠지만, 여당이 교활하고 조직적이다.”

“정부의 방향은 반(反)헌법적”

6월 15일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위해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6월 15일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위해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으로 통합당은 ‘윤미향 의원’이 아니라 ‘윤미향씨’라고 호칭하는 것인가?

“‘윤미향씨’라고 부른 이유는 의원이 되기 전의 일이라서 그렇게 불렀다. 이제 윤미향을 부를 때에는 의원이라고 할 것이다. 용어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윤미향 당선자를) 의원으로 인정하기 싫어서 그렇게 불렀던 것은 아니었다.”

이런 식이면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 법령도 야당은 저지할 방편이 없겠다.

“국회가 열리면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는 최고의 개념이다. 유엔도 인정했다. 이를 하위법으로 막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헌법상 대통령은 북한 인권, 남북통일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정부의 방향은 반(反)헌법적이다. 인권탄압 세력이 있다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북한을 북한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내재적 이론이나 ‘지적한다고 해서 북한 인권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며 비위를 맞춘다. 이런 기괴한 논리를 민주당 정권이 펴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 법령이 법리적 타당성을 확보할 순 있나?

“이 정부가 불과 4~5개월 전만 해도 현행법상으로 전단 살포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 김여정이 뭐라고 하니 청와대에서 남북교류협력법으로 처벌한다고 한다. (이 법은) 남북 교류 과정에서 있었던 일로 처벌하는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교류가 아니다. 억지로 엮는 것이다. 이를 빌미로 (탈북민) 단체를 해산하려는 것이다.”

통합당 지지율 반등 시점을 언제로 보고 있나?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다고 본다. 선거나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당 지지율 조사에는 습관적으로 응답하는 성향이 높다. 꾸준히 쌓여야 (변화가) 가능하다. 저쪽(문 정부와 민주당)의 국정 실수가 여러 번 쌓이고, 우리가 잘하는 것이 여러 번 쌓여야 가능하다.”

이런 구조라면 야당은 어디서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하나?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해도 자포자기는 안 된다. 팩트와 논리와 대안에 근거한 주장으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그것들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서, 국민이 무서워서 (민주당이 하고 싶은 대로) 못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통합당이) 국민의 생각을 바꾸도록 하려면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 환경이 일방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환경이어서 쉽진 않다고 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기본소득제 이슈를 던졌다. 이는 실현 여부를 떠나 보수의 정체성과 직결된 화두다.

“내가 생각하는 보수는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지만, 사회 변동에 따라서 바뀐 것은 수용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바꿔 나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가령 세계적으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박정희 대통령 때 도입)는 (원래는) 보수의 어젠다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진보정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기본소득제도 당장은 진보적 정책처럼 여겨지지만 나중에는 보편적 정책이 될 거라는 점에서) 똑같을 거라고 본다.”

‘빵 먹을 자유’와 보수의 정체성

5월 28일 여야 원내대표를 초대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5월 28일 여야 원내대표를 초대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빵 먹을 자유”라는 김 위원장의 말처럼 보수 진영에서 자유의 개념이 확장되는 것인가?

“(기본소득제를 놓고) 스위스는 국민투표까지 붙였고(결과는 부결), 핀란드는 실험에 가까운 실행을 했다. 이 논의를 우리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논의 자체가 도입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노동이 필요한 일자리가 없어진다. 자동화, AI 로봇이 인력을 대체한다. 성공한 기업가는 엄청난 부를 이루고, 나머지는 직업이 없는 상태가 된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살아왔던 패러다임과 다른 세계가 올 것이다. (시장 실패를 보완하지 않는)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보수의 핵심 가치라는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는 공동체의 유지가 보수의 가치다. 기본소득제도 보수의 어젠다다.”

이를 두고, 전통적 통합당 지지층 사이에선 “이럴 거면 민주당 찍지, 굳이 통합당 찍을 이유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유란 개념을) 한쪽 면만 봐왔다. 국민의 자유를 신장하자는 측면에서 보수가 진보보다 노력했나? (이전까지) 우리 보수의 논리는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통해 (생산을 늘려) 풍족하게 될 때, 실질적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이었다. 두 가지 면(기본 인권의 자유, 빈곤으로부터의 자유)에서다 성찰해야 한다고 본다. 의사 표시의 자유, 국민 기본권의 확대가 원래 보수의 가치인데 이를 소홀히 했다. 경제적 자유는 방임에 가까웠다. 시장 실패 같은 상황을 보완해야 한다. 정치적 자유는 넓히고, 경제적 자유는 실패한 사람을 돕기 위해 개입하고 조정하는 것이 새로운 보수의 모습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당의 철학을 바꾸겠다는 건 월권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원의 동의가 있다면 가능하다. (김 비대위원장이 좌클릭한) 가치를 강요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구성원들의 의사를 수용해서 우리 당의 가치로 정한다면 아무 문제없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김 비대위원장의 노선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보수의 가치는 불변적이지 않다. 핵심 가치는 잃지 않되 변용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말하는 보수의 가치나 원희룡 지사가 얘기하는 보수의 가치를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실질적 현안이나 정책을 보면 차이가 없다고 본다.”

당 정체성과 노선을 놓고 통합당 내 TK(대구·경북) 의원들은 자강론을, 수도권 의원들은 혁신론을 지지하는 기류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 당을 외부에서 수도권 정서네, TK 정서네 그러는데 실제로 그런 거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같은 특정 사안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순 있다. 그러나 원내대표로서 수도권 정서, TK 정서가 달라서 조율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뚜렷하게 갈라지진 않았지만, (당 정체성 논쟁을 두고) 지역에 따라 갈등을 빚는 일은 없다고 본다.”

“문 대통령, 협치·소통의 룸(room) 없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수가 적더라도 남 탓하고 자포자기에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수가 적더라도 남 탓하고 자포자기에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제 등 복지를 강화하면 증세는 불가피할 텐데.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망국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각 정당이 포퓰리즘 경쟁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본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 정책이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고, 어느 범위까지 해줄 수 있는지, 기존 복지제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봐야 한다.”

현 정부 들어 불어나는 국가채무는 어떡하나?

“국가채무가 불어나는 것을 걱정하고 멈출 수 있는 나라는 흥할 것이고, 나에게 돌아오는 보조금만 신경 쓰고 선거 때마다 (현금 살포를) 강화하는 나라는 망하는 것이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 그런 우려가 크다. 단기적으로 ‘우선 나에게 돈 오니까 좋다’, 이러면 우리 자식 세대가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 재정 건전성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 통합당은 우리나라의 기초 체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본소득제에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통합당마저 이러면 어쩌자는 건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리는 야당이다. 여당은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내야 한다. 야당은 실현이 어렵더라도 국민의 인기에 맞는 정책을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게 바뀌어 있다. 여당은 재정 건전성이나 지속 가능성 없이 자꾸 뭐를 막 던지고, 야당이 걱정을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럴수록 (통합당의) 집권 가능성은 멀어진다.”

저성장의 시대에 여야 가릴 것 없이 성장은 없고, 분배만 논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국가흥망 필부유책(國家興亡 匹夫有責)’이라고 했다.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어떤 게 가장 중도·실용적인지 보고 가야 한다. 그 사회가 유지될 수 있기 위해서라면 (분배 정책은) 진보적 가치라고 보기보다 최선의 가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통합당에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없는 게 맞다. 사람을 키우지 않았다. 그 설계가 우리의 재집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본다. ‘미스터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트로트를 흘러간 노래, 한물간 노래, 다 싫어하는 노래라고 여겼지만 어떤 방식을 통해 뽑으니까 (사람들이) 열광하고 환호했다. 우리 당이 후보를 찾는 과정이 곧 선거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고, 설계가 잘 되면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후보는 당 안에서 뽑힐 수도, 당 밖에서 뽑힐 수도 있다.”

5월 2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바른정당 원내대표 할 때에도 두 차례 만났다. 문 대통령은 예의 바르고, 선한 사람의 인상이지만, 협치와 소통 생각은 전혀 없다. 자주 만난다고 협치·소통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룸(room)이 있어야 협치·소통이 되는데…. 경청하는 모양새는 나지만,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평가를 다른 사람도 많이 하는 것으로 들었다.”

총선 이후 민주당이 5·18,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등 과거사 이슈를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어떤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나?

“저분들(민주당)이 정치가 아니라 집권만을 목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본다. 자기들이 권력을 잡고 있으니까 수사나 재판을 통해서 과거사의 성격을 규정하고, 보상도 할 수 있고, 과거사 기구에 자기 세력을 넣을 수 있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 미래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자기들의 집권 기반을 강화하고, 상대를 적폐로 규정할 수 있는 건 맞다. 그런 정치공학에 치중하는 사람들이다. 국민을 통합시키고, 대한민국을 한 발짝 더 발전시키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성과를 내서 국민을 잘살게 해서 장기집권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치공학으로 상대방을 낙인찍고 괴멸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공동체·책임·헌신·배려

4·15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이로써 통합당이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 그렇게 보지 않는다.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말하는 분들은 ‘탄핵이 잘못됐다’고 주장하신 분들이 거의 다 (21대 국회에) 등원을 못 한 것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적 지지자들 사이에선 아직도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옛날보다 묽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우리 당이 소위 ‘박스권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의 90% 가까이가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봤는데, 아직도 (일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탄핵 당한 대통령 밑에서 국무총리 한 사람이 당 대표로 있었다.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에 타협이 되지 않는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오래 걸린다.”

주 원내대표는 4·15 총선에서 지역구를 대구 수성을에서 수성갑으로 옮겨 당선됐다. 전국 여론은 민주당 김부겸 후보와의 맞대결에 주목했지만, 주 후보 캠프는 친박신당 곽성문 후보의 득표율도 나름 의식했다. 투표 결과는 통합당 주 후보 9만2018표, 민주당 김 후보 6만462표, 친박신당 곽 후보 675표였다. 곽 후보의 영향력은 극히 미미했다. 지역 표심은 탄핵보다 문 정부 심판론 혹은 인물론에 맞춰 움직인 셈이다. 그렇다고 주 원내대표는 ‘총선으로 탄핵 논쟁은 끝났다’고 단정 짓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연민’이라는 TK 지역의 밑바닥 민심을 경시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이나 정의당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사표(死票) 방지를 위해서, 국민주권이 고르게 반영되기 위해서 시행한 제도가 아니었다. 자기들 의석 많이 가져가기 위한 제도였다. 민주당은 더한 것이 ‘비례정당은 위헌’이라고 고발까지 해놓고, 자기들도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원내대표 취임 당시 ‘강한 야당’을 주장했다.

“강한 야당은 팩트와 정책과 대안이다. 국민이 볼 때, ‘숫자는 적지만 저 사람들 말이 맞다’는 확신을 줬을 때 강한 야당, 신뢰받는 야당이 된다. (장외투쟁이 아니라) 국회 원내 활동을 통해서 그렇게 하겠다.”

언론 환경도 통합당에 우호적이지 않아 보이는데 어필이 제대로 되겠나?

“물건이 좋으면 잘 팔릴 수밖에 없다. 그런 노력을 더 해야 한다. 남을 탓하고 자포자기에 빠질 순 없는 일이다. 일부 언론은 많이 편향돼 있다. 이번 주(6월 둘째 주)부터 언론을 모니터해 편파적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통합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개혁부터 시급하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여의도연구원은 지금까지 부실한 정책연구소였다. 빅데이터 여론조사 등을 통해서 우리 당의 방향을 설정해주고, 정책적 측면에서 우수한 연구를 당에 공급해주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독립성이 약했다. 원장은 의원이 하면 안 된다. 그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주 원내대표는 17대 국회부터 5번 연속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 비결에 대해 그는 “끊임없이 부지런하게 유권자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려고 진지하게 노력하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어떻게 해야 민심을 돌릴 수 있을지를 놓고 온갖 처방이 쏟아진다. 인터뷰가 진행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 벽면에 대서특필한 ‘공동체’, ‘책임’, ‘헌신’, ‘배려’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의외로 해법은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 녹취 정리 심민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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