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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노랫말] 혜은이 “이혼해도 변하지 않는 건…”

중앙일보

입력

“그래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노래가 있어”
올해로 데뷔 45주년을 맞은 가수 혜은이(64)가 꼽은 ‘내 인생의 노랫말’입니다. 지난해 7월 배우 김동현(70)과 29년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던 그의 마음을 움직인 곡인데요.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홍서범의 ‘그래’를 듣고는 “이거 딱 내 얘기네”라고 생각했답니다. “이제는 날 위해 일어서야 해/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았어”라는 구절이 그를 일으켜 세운 것입니다.

2008년 원곡 발표 당시 반백살을 맞은 홍서범의 결기는 대단했습니다. 1980년 록밴드 옥슨80으로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한 그가 앨범명을 ‘리턴 투 록(Return To Rock)’이라 붙였을 정도니까요. 94년 조갑경과 결혼 후 14년 만에 낸 앨범인 만큼 홍서범이 부른 곡은 웅장하면서도 화려했습니다.

반면 지난 4월 발표한 45주년 기념 앨범에서 이 곡을 리메이크한 혜은이는 악기를 최소화하고 이야기하듯이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그의 곁을 지켜온 팬클럽과 함께 부릅니다. 전문 코러스처럼 매끄럽지는 않을지언정 “오 그래 나에겐 꿈이 남았어”라고 일깨워준 그들이 가장 적임자였으니까요.

“사실 저는 결혼하고 나서 힘든 일을 많이 겪다 보니까 팬들도 다 잊고 살았어요. 그런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요. 그런데 2000년대 초에 미사리에서 라이브 카페를 열었는데 한 명씩 찾아오더니 막 응집이 되면서 서로 친해지더라고요. 그동안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분들이 큰 용기를 줬어요.” 팬들이 먼저 발 벗고 신보 제작에 나선 덕분에 그는 가수로서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1975년 ‘당신은 모르실거야’로 데뷔한 가녀린 소녀는 이제 환갑을 넘겨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음악 얘기를 할 때면 여전히 눈빛을 반짝이며 그때로 돌아가는 듯합니다. “힘들어도 억지로 웃으면서 노래해야 할 때가 많았어요. 이제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아니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처럼 하면 분명히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나는 이제 한 살배기야 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영상=김지선ㆍ정수경, 그래픽=우수진

내 인생의 노랫말

가수들이 직접 꼽은 자신의 노랫말입니다. 시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 가수와 청중에게 울림이 컸던 인생의 노랫말을 가수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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