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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칼 겨눈 지검장 "교체" 지시···버먼 "난 안 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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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 비리를 수사해 '눈엣가시'로 여기던 제프리 버먼 미 뉴욕남부지검장을 돌연 교체한다고 밝혔지만 버먼 지검장은 이를 거부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법무부내 인사 대립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제프리 버먼 미국 뉴욕남부지검장. [AP=연합뉴스]

제프리 버먼 미국 뉴욕남부지검장.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NBC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버먼 지검장은 성명을 통해 "오늘 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보도자료를 통해 교체 소식을 처음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후임자가 상원에서 확정되기 전에는 사임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버먼 지검장은 "그동안 진행해온 수사도 차질 없이 계속할 것"이라고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바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 변호사 출신인 제이 클레이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회장을 버먼의 후임으로 지명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발언이다.

바 장관은 클레이턴 지명 이유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클레이턴은 SEC 회장으로서 자본시장의 규제 완화, 투자자 보호, 미국 경쟁력 강화, 사이버 보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버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트럼프는 전임 지검장인 프릿 바라라를 '오바마 검사'로 몰아 해임하고 그 자리에 버먼을 앉혔다. 바라라전 지검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표 제출 요구를 거부했지만 끝내 해임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트럼프가 임명했지만 버먼 지검장은 대통령과 측근 수사에 거침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마이클 코언은 검찰 수사로 이미 3년 형을 받게 됐다.

살아있는 권력인 트럼프의 턱밑을 수차례 겨눈 버먼의 교체가 발표되자 인사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임명권자인 트럼프가 관련 수사 지휘에서 자신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말을 사실상 뒤집은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불법적인 행위로 뉴욕남부지검의 수사 대상이 됐기 때문에 지검장을 바꾸려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법조계 등도 의문을 제기했다. 버먼의 전임자인 바라라 전 지검장은 트위터에 "대통령 선거를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버먼이 왜 해임된다는 말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찰스 슈머 뉴욕주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부패의 냄새가 난다.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하는 것은? 버먼의 이전 행동이나 현재 진행 중인 행동?"이라고 적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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