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비대면 강의, 의외의 뜨거운 반응…빅 테크 앞날 예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강명주의 비긴어게인(28)

아, 오랜만에 대학이다. 올해 들어 처음이다. 강의 약속 당일, 우려와 기대감으로 학교에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교정에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다. 너무 한산했다. 그 많던 학생과 오가는 차들이 보이지 않는다. 차는 교문 앞에서 통제되고, 강의실은 비어있다. 그 빈 교정에 실록의 나무와 꽃들이 오후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대학으로부터 특강 요청이 왔다. 코로나 사태인데도 뜻밖의 강의요청이었다. 당연히 지난해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대면 강의를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학생이 없는 무관중 온라인 강의 요청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들어 처음 강의를 나갔다. 우려와 기대감으로 학교에 도착했는데 너무 한산한 대학교정에 순간 깜짝 놀랐다. [일러스트 강경남]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들어 처음 강의를 나갔다. 우려와 기대감으로 학교에 도착했는데 너무 한산한 대학교정에 순간 깜짝 놀랐다. [일러스트 강경남]

잠시 망설였다. 온라인 강의가 처음이어서가 아니라 과연 온라인 강의가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지난해 특강 내용을 기반으로 이번 글로벌 경영포럼에는 글로벌 금융리더가 되기위한 준비에 대해 강의해주기를 요청해왔다. 1시간 30분 강의에 추가 30분 Q&A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과연 이번 온라인 강의에는 얼마나 많은 질문이 나올까 걱정도 들었다.

조교의 안내로 온라인 강의실에 도착했다. 강의실안에는 역시 학생 한명도 없다. 다만 강의실 연단 앞에 카메라만이 나를 반기고 있다. 잠시 머뭇거리는 나에게 함께 간 교수님의 말씀이다. “학생이 없으니 어색하시죠. 저도 처음에 그랬습니다. 학생들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시고 지난해처럼 자연스럽게 하십시오.”

시간이 되자 노트북 컴퓨터 화면을 통해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에 속속 참여하는 것이 보였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교수님의 강사소개가 있었다. 학생들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준비해온 자료들을 온라인을 통해 하나씩 공유해나갔다.

어색한 느낌도 잠시, 학생들 눈빛 대신 카메라와 노트북 컴퓨터 화면을 응시해 가며 준비한 내용을 온라인을 통해 더 잘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준비한 강의에 몰입하다보니 강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대면접촉이 없으니 더욱 속도가 붙는 듯하다. 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지나온 글로벌 경험 실례를 더 상세히 설명해가며 강의 내용을 추가했지만 그래도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마쳤다.

드디어 Q&A 시간이 왔다.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잘 전달 되었을까?’, ‘과연 강의에 몰입했을까?’ 지난해 대면 강의를 상기시켜본다. 그때처럼 질문이 나오려나 걱정이 들었다. 조교가 컴퓨터 앞에서 질문 모드로 전환하는 동안 교수님의 적극적인 독려도 함께 했다.

팬데믹 시대, 언택트시대, 이미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 온라인 강의에 능숙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나의 걱정은 우려에 불과 했다. 계속 되는 질문속에 그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일러스트 강경남]

팬데믹 시대, 언택트시대, 이미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 온라인 강의에 능숙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나의 걱정은 우려에 불과 했다. 계속 되는 질문속에 그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일러스트 강경남]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질문 신청자가 하나씩 둘씩 올라오고 있다. 첫 번째 등록자를 시작으로 신청자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순서대로 질문을 받기 시작하자 스피커를 통해 어디에 있는지 모른 학생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진다.

설명했던 강의 내용 디테일한 부분까지 메모해가며 질문을 해오고 있다. 글로벌 리더로서 준비사항, 핀테크, 테크핀, 4차산업시대 변화, 현재 금융권의 변화,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량, 그리고 나에 대한 커리어 질문 등 끊임없이 질문이 이어졌다. 30분 예정했던 질문이 40분 동안 진행되었다. 시간관계상 더 받지 못하고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팬데믹 시대, 언택트시대다. 이미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 온라인 강의에 능숙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나의 걱정은 우려에 불과했다. 계속되는 질문에 그들 미래의 희망을 보았다.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에 관한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는 노력에 짠한 감동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경제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전례 없는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청년 구직시장 또한 최악이 됐다. 기업들은 채용문을 닫았고, 해외취업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학생들의 고뇌가 그만큼 더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좌절하지 말자.

이제는 ‘어디서’가 아니라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이다. 남들이 따라하는 스펙보다는 나만의 색깔, 나만의 컨텐츠 즉 나만의 실력이 더욱 중요한 시대이다. [일러스트 강경남]

이제는 ‘어디서’가 아니라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이다. 남들이 따라하는 스펙보다는 나만의 색깔, 나만의 컨텐츠 즉 나만의 실력이 더욱 중요한 시대이다. [일러스트 강경남]

새로운 시대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일,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 시대다. 지금 세계를 이끌고 있는 10대 기업을 보라, 지난 시절 그렇게 입사하기 위해 노력했던 굴뚝산업 기업은 이미 그 리스트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어느새 세계 최고기업 자리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선트 등 IT기업이 그 자리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들의 무대는 전 세계다.

팬데믹시대 이들의 기세는 더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요동치고 많은 기업이 도산으로 몰리던 지난 4개월 동안 이들의 기업가치는 오히려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0년 1월 이들 일곱개 기업 가치가 6876조에서 7778조로 1000조가량이 오히려 증가했다. 이러한 빅 테크 기업이 금융도 이끌어갈 태세이다. 세계 금융지형도 바뀔것이다.

지금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K-POP을 보자. 우리의 실력으로 우리만의 색깔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 실력 뒤에는 기존의 벽을 넘어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는 노력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있다. 이제는 ‘어디서’가 아니라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남들이 따라 하는 스펙보다는 나만의 색깔, 나만의 콘텐츠 즉 나만의 실력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나의 특기, 나의 장점을 살려 나의 스타일과 콘텐츠로 글로벌 시대, 언택트시대를 열어가보자.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교정에 나무와 화초들을 본다. 모든 나무가 새로운 가지에 새로운 잎을 피우며 그 세를 키우고 있다. 나무들 사이로 햇살에 빛나는 꽃들이 보인다. 꽃은 어디서 피는가? 바로 그 새순, 새로운 가지에서 피어나고 있다.

WAA인재개발원 대표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