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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단순 감기"라더니…브라질 코로나 확진자 100만명 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대응 기준을 따르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대응 기준을 따르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브라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실제 환자수는 당국의 집계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가벼운 감기 수준"으로 무시하며 방역 시기를 놓치면서 사태를 더 키웠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반구가 겨울로 접어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브라질 보건국은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가 103만291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4만8954명으로 5만 명의 턱밑까지 다가섰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은 나라는 미국이 유일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기준 229만3623명(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기준)으로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섰다. 브라질이 두번째롤 코로나19 환자 100만명 돌파의 고지를 밟은 것이다.

브라질 보건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실제 코로나19 환자 수가 보건국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 브라질 정부의 미숙한 위기관리 능력에 의료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이뤄진 코로나19 2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이뤄진 코로나19 2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감기"로 부르며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 지침도 준수하도록 안내하지 않았다.

WHO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히드록시클로로퀸(하이드록시클로로퀸정)을 치료제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해야 할 방역 당국도 혼돈의 상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무신경한 대응으로 인해 보건장관 1명이 경질되고 그 후임자가 사임했다. 현재 보건 교육을 받지 않은 군 장성 출신인 에두아르두 파주엘루가 보건장관 대행을 맡고 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의 공원 묘지에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연합뉴스]

브라질의 코로나19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의 공원 묘지에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확산세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경제 붕괴를 막으려면 브라질 국민이 계속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주요 도시는 이달 중순 예방 조치를 완화했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의 쇼핑몰들은 다시 문을 열었다. 일부 병원 중환자실의 병상이 사실상 가득 찬 상황이지만, 해변에는 다시 인파가 몰리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가족과 측근의 비리 혐의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대통령의 장남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의 전 보좌관 파브리시우 케이로스가 비리 혐의로 최근 구속됐기 때문이다. BBC는 "가족 비리로 궁지에 몰려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 미숙의 책임까지 져야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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