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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판교] "노쇼는 없다" 청소연구소 연현주 대표

중앙일보

입력

259분. 통계청이 집계한 기혼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2014년 생활시간조사)이다. 세탁기, 청소기, 건조기 등 현대문명의 이기(利器)가 가사노동 시간을 단축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집 안에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차고 넘친다.

'청소연구소'는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가사도우미(매니저) 연결 플랫폼이다. 2017년 2월 출시후 최근까지 앱 누적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했다. 회원 수는 60만명. 구글플레이 기준 청소 관련 앱으로는 인기 1위(19일 현재, 라이프스타일 25위)다. 재구매율이 80% 이상일 정도로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현주(42) 청소연구소 대표는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 청소할 때 발생할 모든 경우의 수를 축적해 매니저(가사도우미)를 교육하고 서비스에 반영한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다음·엔씨소프트 등 IT기업에서 일했던 연 대표는 카카오 신규사업개발팀에서 가사도우미 중개 서비스를 기획하다 무산되자 2017년 퇴사하고 청소연구소를 창업했다. 인터뷰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진행됐다.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 [사진 청소연구소]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 [사진 청소연구소]

다른 가사도우미 중개 플랫폼과 어떤 점이 다른가.
매니저 교육이다. 집안일이 절대 쉽지 않다. 10년간 가사도우미를 한 매니저도 잘못된 상식으로 청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TV에서 구연산이 좋다고 해서 대리석을 청소했다가 변색되거나 식초로 가전을 닦다 표면이 벗겨지거나 하는 그런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사고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청소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교육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교육하나.
오프라인 교육을 하는 플랫폼은 우리가 유일하다. 하루 모여서 6시간 이상 교육하는게 필수다. 서비스 매너에서부터 주방·화장실·거실 등 영역별로 나눠 어떻게 청소하는지 가르쳐준다. 앱 사용법도 교육한다. 지각과 노쇼(No-Show·무단결근)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도 교육한다.
강의 듣는다고 바뀌나.
누가 가도 일정 수준 이상 청소를 할 수 있게 서비스 품질을 균질하게 유지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지난 3년간 쌓인 분쟁 사례들을 분석해 교육한 덕분이다. 처음엔 창틀 청소를 해주는지 여부로 분쟁이 많았다. 그래서 아예 선택사항에 넣었다. 재활용 분리수거도 문제였다. 매니저는 잘 해주겠다고 가져다 버렸는데 배출하는 날이 아니어서 고객이 과태료 내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이 또한 소비자가 선택하게 하고, 매니저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도록 했다. 여러 문제점들을 축적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과 서비스에 반영했다. 초기에 100을 교육했다면 이제는 300을 교육할 정도로 촘촘하게 교육한다.
청소하다 사고가 자주 발생하나.
매니저가 잘 모르는, 생소한 기기의 경우 사용법을 모르고 썼다간 망가질 수 있다. 그래서 다이슨 청소기나 건조기 등 매니저들이 익숙하지 않은 기기는 온라인으로 사용법을 교육한다. 가스레인지를 청소하다 스파크 플러그 등에 세제가 들어가 고장 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를 막기 위해 세척용 칫솔로 닦는 법을 영상으로 만들어 교육한다.
지난해 5월 수원 청소연구소 교육장에서 신희진 매니저가 해당 지역내 청소매니저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 청소연구소]

지난해 5월 수원 청소연구소 교육장에서 신희진 매니저가 해당 지역내 청소매니저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 청소연구소]

가사도우미 중개 자체는 새로운 업종이 아니다. 청소연구소는 어떤 점을 혁신했나.
세 아이를 둔 엄마로서 기존 중개 서비스의 가장 큰 불만은 오기로 한 시간에 매니저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였다. 청소는 해야 하는데 그 부담을 내가 다 떠안고 새로 사람 알아보고 부르고 해야 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우리 서비스를 만들 때 중점을 둔 것은 노쇼를 없애는 것이었다.
어떻게 노쇼를 없앴나.
일단 우리는 매니저를 강제로 배정하지 않는다. 매니저가 자기 상황에 맞게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다. 그간 축적된 빅데이터로 고객이 원하는 청소 스타일에 맞는 매니저들에게 먼저 요청하고, 이후 점점 매칭 범위를 넓힌다. 택시 호출과 유사하다. 예약 당일에는 오전 6시부터 매니저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한다. 가기로 했던 매니저가 고객 집에 못 가게 될 경우를 소비자보다 우리가 먼저 파악해 다른 매니저로 교체한다. 업무시간이 임박하면 매니저 위치를 확인해 혹시나 길을 못 찾거나 하는 상황을 방지한다. '청소연구소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부르면 꼭 온다'는 신뢰를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서비스업이다 보니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고객도 있을 것 같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천장을 다 닦으라는 요청도 있었다. 여성 매니저가 혼자 들기 어려운 무거운 가구를 들어 옮겨서 닦으라는 요구도 있었다. 우리는 안 되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그런 경우엔 다른 업체를 찾아보라고 한다. 
지난 4월 서울 강남 청소연구소 교육장에서 청소매니저들이 교육을 듣고 있다. [사진 청소연구소]

지난 4월 서울 강남 청소연구소 교육장에서 청소매니저들이 교육을 듣고 있다. [사진 청소연구소]

코로나19 확산 영향은 없었나.
2월부터 3월 중순까지가 고비였다. 당시에는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에 중국과 관련이 있는 매니저들의 활동은 중단시키는 등 우리도 보수적으로 운영했다. 전월 대비 청소 건수가 20%가량 줄었다. 그래서 집안 소독서비스를 선보였고 매니저가 청소할 때 마스크와 장갑을 꼭 끼도록 ‘거리 두기’ 교육도 진행했다. 그러다 4월 이후 급격히 반등했다. 이번 달엔 역대 최고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재택근무하고 자녀들도 집에 계속 있다 보니 집이 더 난장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청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진 것 같다.
매니저 수는 몇 명인가.
2만2000여명이다. 지난해 2월만 해도 6000여명이었는데 1년여 새 많이 늘었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서울과 경기도에서 서비스 중이다. 올해 안에 부산과 대구 진출을 준비 중이다. 특화상품도 만들 계획이다. 냉장고 청소만 따로 일회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 등을 구상 중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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