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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닮은 ‘산양’…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도 이름 없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은 지난 5월 태어난 새끼 산양이 잘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어미와 새끼 산양.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은 지난 5월 태어난 새끼 산양이 잘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어미와 새끼 산양.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사는 산양 가족이 새 식구를 맞았다. 산양은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 토종동물이다.

지난해 이어 5월 둘째 산양 태어나 #사육사 “어미 모습 엄마와 비슷해” #“야생화가 목적이어서 이름 안지어”

 서울대공원 종 보전연구실은 지난해 6월 첫 산양 번식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5월 둘째 산양이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산양이 태어난 곳은 멸종위기 동물을 따로 관리하고 종 보전을 연구하는 토종동물 번식장이다. 이곳은 동물원 안에 있지만, 관람객이 볼 수 없다. 예민한 산양의 원활한 번식을 위해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아서다.

 새로 태어난 새끼 산양의 부모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기증받은 개체다. 엄마 산양은 2016년생, 아빠 산양은 종복원기술원이 야생에서 구조해 2017년 서울대공원에 기증한 것이다. 산양의 번식을 두 번 다 지켜본 이상하 사육사는 “새끼 산양의 탄생과 성장이 아이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사육사는 태어난 지 3주 정도 된 산양이 음수대에 발을 헛디뎌 빠졌을 때 마치 어린아이가 빠진 것처럼 놀라 긴장했다고 기억했다.

풀 숲에서 노는 새끼 산양. [서울대공원]

풀 숲에서 노는 새끼 산양. [서울대공원]

 이 사육사는 “위험을 느낄 때마다 어미가 경계하며 새끼 산양을 감싸준다”며 “산양 어미가 한 달 남짓 된 새끼 산양을 풀숲에 숨겨두고 그사이 먹이를 먹는 모습은 아기가 자는 틈에 밥을 먹는 인간 어머니와 너무 닮았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점도 있다. 초식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다. 둥지에서 자라는 새나 무리가 보호해줄 수 있는 동물은 태어났을 때 걷지 못한다. 하지만 야생에서 노출되기 쉬운 초식동물은 태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천적을 피할 수 있게 걷는 능력을 타고난다고 동물원 측은 설명했다.

 동물원은 산양이 지내는 방사장을 야생 서식지와 비슷하게 꾸며놓았다. 새끼 산양은 부모와 함께 지내게 한다. 동물원 측은 “호기심 많은 언니 산양과 다르게 이번에 태어난 동생 산양은 겁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어미뿐 아니라 언니 산양도 동생을 살뜰하게 챙긴다는 게 동물원 측 얘기다. 또 작은 11자 모양의 뿔이 있는 언니 산양은 위험 상황이 닥치면 다치지 않게 동생을 자신의 뒤에 숨기곤 한단다. 이 사육사는 “언니 산양이 대견스럽다”며 “산양은 인간처럼 가족애가 잘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산양 가족. [사진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 산양 가족. [사진 서울대공원]

 하지만, 이곳 산양들은 별도 이름이 없다. 이 사육사는 “종 보전연구실의 사육사는 산양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사람”이라며 “번식이 잘 돼 야생으로 돌아가 한국의 생태계를 회복하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 종 보전연구실은 산양 외에 저어새·삵·여우 등의 번식에도 힘쓰고 있다. 도심에서 자취를 감춘 금개구리 수를 늘려 다시 도심에 방사해 생태계 회복에 기여하기도 한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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