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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윤석열에 구체적 사건 지휘...근거는 검찰청법 8조

중앙일보

입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1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수사 조작 의혹의 주요 참고인인 한모씨를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한 것을 두고 검찰청법 8조의 구체적 사건 지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19일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청법 8조에 근거를 두고 한 지시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지시는 정식 공문으로 전달됐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하라는 지휘권을 발동했다. 지금까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한 유일한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김 전 총장은 천 전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인 뒤 “검찰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법무부 "강정구 불구속때와는 다르다" 

다만 법무부는 이번 사안과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지휘는 차원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15년 전에는 구체적 수사 상황에서 지휘권이 발동됐지만 이번 사건은 대법원에서 결론이 났고, 내부 직원 감찰에 관한 사안이라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감찰과 출신의 변호사는 “주요 참고인 한씨에 대한 사건을 배당까지 내린 사건이라 구체적 지시에 해당한다”며 “15년 만에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해석했다. 현직 검사도 “감찰을 명분 삼아 구체적 사건 지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구체적 지휘로 검찰 독립성 훼손 우려" 

법조계에선 이번 추 장관의 지시가 일반적인 검찰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은 아닌 만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 지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2005년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휘 때와는 사건의 심각성과 중요도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는 검찰의 핵심적 권한인 영장 청구권을 제지한 것이지만, 지금은 검찰 내부 감찰 사안에 대한 개입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전국 지검장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전국 18개 검찰청 지검장과 59개청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가 참석했다. 취임 이후 첫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선거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의지를 밝혔다. 오종택 기자

지난 2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전국 지검장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전국 18개 검찰청 지검장과 59개청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가 참석했다. 취임 이후 첫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선거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의지를 밝혔다. 오종택 기자

문제는 추미애 장관 체제에서 이같은 구체적 지시가 반복되느냐다. 일반적인 경우 검찰은 행정부에 속해 있지만, 독자적으로 수사해 판단하고 법무부는 인사와 예산으로만 통제하는 것이 관례였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법 8조의 권한을 행사해 검찰총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건을 지휘한다면 검찰총장은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존재가 된다. 나아가 검찰이라는 준사법기관이 행정부에 완전히 예속되고 수사의 독립성도 침해될 수 있다. 물론 법무부 장관도 해당 지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례적인 구체적 수사 지휘를 받게 된 대검찰청은 검찰청법 8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대검은 아직 추 장관의 지시를 따를 것인지에 대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민상‧김수민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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