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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언제든 전략자산 투입”…대북 압박 카드 내비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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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호 02면

북한 문제 논의를 위해 긴급 방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을 하고 대북 대응 방안을 조율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비건 대표가 연세대 강연을 마친 뒤 이 본부장과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북한 문제 논의를 위해 긴급 방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을 하고 대북 대응 방안을 조율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비건 대표가 연세대 강연을 마친 뒤 이 본부장과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북한의 대남 강경 조치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은 신중 모드다. 평양을 향한 강도 있는 비난 발언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관련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북한 강경 조치, 한·미 대응 #헬비 차관보 대행 “북 위협·도발 #효과적 억지력 제공 긴밀 협의” #전문가 “미·중, 북 이슈 확산 꺼려” #11월까지 절제된 대응 이어나갈 듯 #이도훈·비건 비공개 워싱턴 회동 #북한은 “남측, 돌부처도 웃길 추태”

대신 미 국무부가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외교적 활동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동맹국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선 좌시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적인 분위기도 읽힌다. 미 국방부도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등을 언급하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 대행은 전화 간담회에서 “우리가 최근 며칠간 봤듯이 북한이 비상한 위협(extraordinary threat)을 가하고 있다”며 “북한은 어려운 표적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표적으로 미국의 지속적인 경계 태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헬비 차관보 대행은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과 맞물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나 전략자산 전개를 검토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동맹으로서 한국 국민에게 가장 효과적인 억지력 및 방위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과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향후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하긴 힘들지만 어떤 종류의 위협과 도발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공세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는 목표에서 미국을 조금도 물러서지 않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공군이 19일 B-52H(위)가 지난 17일 동해상을 비행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뉴시스]

미 공군이 19일 B-52H(위)가 지난 17일 동해상을 비행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뉴시스]

구체적인 군사적 조치에 대해 말하진 않았지만 한국과 현재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전략자산 전개를 대북 압박 카드로 꺼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는 최근 동해상에서 B-52H 폭격기가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초계 비행 훈련 사진을 19일 공개했다. 공군사령부에 따르면 B-52H 두 대는 미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 기지를 이륙해 지난 17일 동해상에 진입했다. 이번 훈련은 인도·태평양의 지역 안보를 위한 것으로 북한만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 긴장이 크게 고조된 상황에 실시돼 특히 주목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미국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공격적 성명과 담화 등 도발에 ‘절제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를 새로운 변수로 만들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이 원칙적인 입장을 얘기한 것”이라며 “최근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전략적인 변화가 있다기보다는 동맹국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날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하와이에서 기자들과 화상 브리핑을 하고 “중국과 분명히 협력할 영역들이 있고, 북한은 분명히 그중 하나”라며 “미국과 중국이 이 문제에서 협력하게 된다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북한 이슈가 크게 번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중 간 전략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도 대북 대응은 미·중 협력의 주요 이슈였으며 계속해서 긴밀하게 협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북한 이슈로 주변 정세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는 미·중의 이해가 일치하는 가운데 이번 북한의 대남 강경 조치에 대해서도 11월까지 로키 대응을 이어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한·미 워킹그룹을 이끄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워싱턴DC에서 만나 회담을 했지만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미 회담에서 한국 측이 대북제재를 완화해 달라고 미국에 부탁했다”고 전했지만 외교부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라고 부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측이 대북제재 완화를 거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고 해서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한국 또한 잘 알고 있다”며 “대북제재 면제를 사안별로 이야기해 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 면제를 받아야 할 펜딩된 사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도 관영 매체를 통해 대남 비방을 이어갔다. 통일부가 대남 전단 살포 행위를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격노한 민심의 폭발은 역사의 필연’이란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우리 인민들이 예고한 대적 삐라 투쟁을 판문점 선언에 대한 위반이라고 걸고 드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망발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비상식적”이란 청와대 입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통신은 “우리의 1차적인 첫 단계 조치에 불과한 물리적 행동에 남조선 당국이 분별을 잃었다”며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에 있다’느니 하면서 절간의 돌부처도 웃길 추태를 부리고 있다. 이는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김다영·백희연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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