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 과정에 검찰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 문제를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면충돌 조짐을 보인다. 추 장관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것은 옳지 않다”며 “(재배당 과정에서) 상당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된다”고 윤 총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사건 참고인을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반면 윤 총장 측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사건을 이첩한 것이고, 곧바로 감찰부가 나서는 대신 진정인 주장의 신빙성 등까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명숙 사건 감찰’ 고리로 공세 #추미애 “인권감독실 배정은 편법 #대검 감찰부서 직접조사” 지시 #윤 총장 측은 공식 대응 자제
논란의 출발은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고 한만호(전 한신건영 대표)씨의 감방 동료 최모씨가 지난 4월 법무부에 낸 진정이 윤 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되면서다. 당시 한만호씨와 같이 복역했던 최씨와 또 다른 한씨는 모두 한 전 대표가 번복한 법정 진술은 거짓말이라고 증언했다가 지금은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2015년 8월 대법원은 한 전 총리에 대해 한 전 대표로부터 3차례에 걸쳐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무부로부터 최씨의 진정서를 이첩받은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은 약 40일간 감찰부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윤 총장에게 진정사건 접수와 감찰 상황을 보고했다고 한다. 한 부장은 계속 감찰부에서 조사하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윤 총장은 보고 다음 날 사건을 대검 인권부로 보냈다. 감찰부가 재배당에 반대하며 진정서 원본을 내놓지 않자, 윤 총장 측은 ‘진정서 사본’을 만들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송 조치했다. 한 부장은 ‘감찰 독립권’을, 윤 총장은 ‘총장 배당권’을 내세운 형국이다.
통상 대검 감찰부는 ‘검사의 비위’를 전제로 한다. 달리 말해 검사가 허위 증언을 압박한 의혹이 사실인 쪽에 무게를 뒀다는 의미라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대검은 징계시효가 지나 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등의 명분을 들었다. 검찰 안팎에선 징계시효 등을 근거로 든 대검 논리는 공감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감찰 관련 지시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또 검찰총장의 배당권은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의 핵심이라며 오히려 한 부장의 ‘지시불이행’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의 공세 수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며 대놓고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 총장은 공식 대응을 극히 자제하고 있다. 이날 오전 대검 간부회의에서는 법률문제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고 한다. 윤 총장은 자신이 전격 사퇴할 경우 검찰 조직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