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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지만 매력적인 김원우 산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91호 21면

편견 예찬

편견 예찬

편견 예찬
김원우 지음
시선사

군더더기 없는 문장. 매끄러운 전개. 명확한 메시지. 이런 것들의 반대들만 모아 놓은 집합체 같다. 소설가 김원우(73)씨의 글이 그렇다. 그의 새 산문집이다. 200자 원고지 800장 분량(웬만한 장편소설 길이다)으로 짐작되는 ‘최인훈 소설의 허실’을 포함해 9편의 산문을 묶었다.

그런데도 읽힌다! 적응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일단 눈과 뇌가 익숙해지고 나면, 일사천리로 읽히지만 표면만 스친 듯한 느낌이어서 어딘가 맹물 같은 이 시대 ‘표준 문장’(그런 게 있다면)들과 달리 뭔가 진한 국물, 울창한 수풀, 구성진 판소리 완창을 경험한 느낌이다.

이 같은 강한 체취는 단순히 형식의 승리인가. 아닌 것 같다. 산문집 제목에서 비친 것처럼(작가 자신의 편견이 스스로 자랑스럽다는 얘기 아닌가) 책에는 시류, 마음 편한 타협, 통념 같은 것들을 일단 거부하는 고집스러운 태도가 역력하다. 그러니까 까다롭지만 매력적인 김원우 스타일은 형식과 태도가 어우러진 결과다.

대작 산문 ‘최인훈 소설의 허실’은 제목대로 최인훈 문학을 김씨가 “고정관념/편견에 따라” 심판한 판결문. 최인훈 소설이 모더니즘의 매력으로 충만하지만 김윤식·김현이 함께 쓴 『한국문학사』에서 최인훈을 ‘전후 최대 작가’로 평가하면서 신화가 만들어졌다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머나먼 인연’에서는 요즘 한국사회의 적폐청산 움직임을 질타했다. 결국 흙장난, 땅파기라면서다. 이렇게 썼다. “지금 흙파기도 사화의 재연이지 별건가. 권력을 잡았다 하면 이차판에 한쪽을 깡그리 내치기부터 하니까.”(273쪽) 동의하시나. 자칫 당신의 이념 지향이 드러난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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