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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시즌 단축과 류현진의 손익계산서

중앙일보

입력

2020시즌을 접을 각오로 '벼랑 끝 협상'을 벌였던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연봉의 37~43% 정도 받을 전망 #대신 피로와 부담감을 줄일 기회 #올해가 2018년처럼 효과적일 수도

올해 토론토로 이적한 류현진이 지난 3월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시범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토론토로 이적한 류현진이 지난 3월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시범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연합뉴스]

AP통신은 19일(한국시각) "선수노조는 MLB 사무국이 제안한 팀당 60경기 계획을 거부했다. 대신 팀 당 70경기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선수노조의 의견이 관철될 경우 선수들은 2억7500만달러(3300억원)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MLB 시즌 개막은 예년(3월 말 개막해 팀당 162경기)보다 4개월 가까이 늦어지게 됐다.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7월 20일 개막에는 합의를 이뤘다.

MLB 사무국은 팀당 60경기를 치르고, 이 경기수에 비례해 선수들에게 연봉을 지급한다고 제안했다. 60경기를 치르면 선수들은 계약된 연봉의 37%를 받는 셈이다.

이에 선수 노조는 같은 조건으로 팀당 70경기를 치르자고 역제안했다. 이 경우 전체 일정의 43%를 치르는 것이고, 연봉도 이에 비례해 더 받게 된다. 포스트시즌 보너스에 대해서도 협상 중이다. 사무국은 2500만 달러, 선수노조는 5000만 달러를 서로에게 제안했다.

MLB가 겪어보지 못한 '뉴 노멀'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겨울 류현진을 4년 총액 8000만 달러(970억원)에 영입한 토론토 구단의 손익을 따진 것이다.

토론토 지역 최대 매체인 ‘토론토 선’은 18일 "시즌이 짧아지면 류현진 계약의 효과가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고 썼다. 팀 내 최고 연봉을 주고 류현진을 영입한 이유는 에이스 역할을 맡아달라는 뜻이었다. 또한 토론토 유망주 투수들에게 롤모델이 되어 달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즉, 토론토 구단은 '류현진 효과'가 극대화하는 시기를 내년쯤으로 예상한 것이다. 단축 시즌이 열리면 토론토는 류현진의 올해 연봉(2000만 달러)의 37~43%를 지급한다. 그러나 에이스로서, 투수 멘토로서 류현진의 전성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과거 기록을 보면 MLB 단축 시즌이 토론토와 류현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류현진은 단축 시즌에 특화됐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의 여정을 거친 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체력 안배였다.

류현진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둔 지난 시즌 182와 3분의 2이닝(14승5패, 평균자책점 2.32)을 던졌다.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192이닝)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기록했다. 규정 이닝을 채운 것도 2013년 이후 6년 만이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류현진의 어깨는 상당한 피로를 느꼈만 하다. 게다가 FA 계약 첫 시즌의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다. 단축 시즌은 류현진의 심적 피로와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2020년 단축 시즌은 류현진의 2018년에 대입할 수 있다. 2015년 왼 어깨 관절경 수술 후 재활훈련을 했던 류현진은 2018년 5월 왼쪽 내전근(사타구니 근육) 부상을 입었다. 3개월을 쉬고 돌아온 류현진은 그해 가을까지 최고의 피칭을 보였다. 그해 82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97이었다.

류현진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경기 감각 회복이 매우 빠르다. 전 소속팀이었던 LA 다저스 동료들은 "류현진은 자다가 일어나서 마운드에 올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2020년 단축 시즌을 치르고 2021년이 정상적으로 열린다면, 류현진과 토론토 모두에게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이 2018년과 비슷하게 전개된다면, 류현진의 내년은 2019년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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