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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핵 믿고 도발하는데"…'한국 핵무장론' 오세훈도 가세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미래통합당에서는 핵무장론이 언급되고 있다. 태영호 통합당 의원은 “북한이 지금 저렇게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핵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핵”이라고 분석했다. 대한민국도 핵을 가져 이른바 '핵 균형'을 이뤄야 북한에 끌려가지 않을 거란 게 이들의 판단이다.

“핵 억지력 공론화는 정해진 수순”

왼쪽부터 2018년 12월 북측 판문역에 북측 열차와 나란히 선 남측 열차, 2019년 10월 북한 원산만에서 발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 3호, 2017년 7월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위)와 한국 공군 F-15K. [중앙포토]

왼쪽부터 2018년 12월 북측 판문역에 북측 열차와 나란히 선 남측 열차, 2019년 10월 북한 원산만에서 발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 3호, 2017년 7월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위)와 한국 공군 F-15K. [중앙포토]

아직 당 지도부 차원에서 나오는 주장은 아니다. 육군 교육사령관 출신인 한기호 통합당 의원이 17일 당 외교안보특위에서 “핵무기에는 핵무기밖에 대응책이 없다.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일부 인사들이 필요성을 언급한 수준이다.

이 주장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가세했다. 오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반도는 핵의 그림자속으로 들어왔다”며 “계속 가중될 ‘겁주기’ 앞에서 굴종적 평화를 동족애로 포장하며 정신승리에 안주할 것인가. 자체 핵개발 카드와 전술핵 재배치카드의 장단점을 비교 선택하여 후세에게 힘의 균형속 진짜 평화를 물려줄 것인가”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핵 억지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조태용 통합당 의원은 “문제의 본질이 핵이라는 건 정곡을 찌른 지적이다. 도발과 말폭탄이 잠잠해지면 ‘핵 억지력’ 확보가 공론화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핵 억지력은 ‘3축 체계’(미사일방어-킬체인-대량응징보복)도 필요하지만 본질적으로 ‘핵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걸 상대방이 인지해야 확보된다”고 말했다.

나토식 핵공유, 전술핵 재배치 차이는?

2008년 당시 미 공군 유럽ㆍ아프리카 사령관인 로저 브래들리 공군 대장이 네덜란트의 볼켈 공군기지에서 열린 B61 전술 핵탄두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독일과 네덜란드 등 나토 5개국과 핵공유 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5개국 6개 공군기지에 B61 150발이 보관돼 있다. 유사시 미국과 나토 5개국이 합의하면 나토 5개국도 이 핵탄두들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 미 공군]

2008년 당시 미 공군 유럽ㆍ아프리카 사령관인 로저 브래들리 공군 대장이 네덜란트의 볼켈 공군기지에서 열린 B61 전술 핵탄두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독일과 네덜란드 등 나토 5개국과 핵공유 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5개국 6개 공군기지에 B61 150발이 보관돼 있다. 유사시 미국과 나토 5개국이 합의하면 나토 5개국도 이 핵탄두들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 미 공군]

북핵에 맞선 억지용 카드로는 ①자체 핵무장 ②전술핵 재배치 ③나토(NATO)식 핵공유 등 3가지 방안이 언급된다. 이 가운데 자체 핵무장론보다는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식 핵공유’ 방안이 언급될 거라는 게 통합당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통합당에서 언급된 핵억지 전략 역시 저 두가지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17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의 대선 공약에 ‘나토(NATO)식 핵공유’가 포함됐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8월, 한국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으로 채택한 것도 ‘전술핵 재배치’였다. 지난해 8월에 한국당 북핵외교안보특위가 ‘한국형 핵전략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어 이 문제 공론화에 나섰을 때도 ‘나토식 핵공유’가 심도있게 논의됐다.

‘나토식 핵공유’와 ‘전술핵 재배치’는 비슷하지만 다소 다른 개념이다. 사용 절차를 공유국과 미국이 협의하지만, 최종 사용권을 미국 대통령이 갖는다는 점에서는 두 안이 비슷하다. 다만 나토식 핵공유를 차용해 ‘한국형 핵공유’를 할 경우, 개념상으로 핵무기가 반드시 한반도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괌에 배치한 핵무기를 한국 전폭기가 실어오는 것도 가능한 게 나토식”(조태용 의원)이란 설명이다. 물론 독일과 네덜란드 등 5개국 6개 공군기지에 배치한 나토처럼 한반도 반입을 하는 협정을 맺을 수도 있다. 반면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내 핵무기 반입을 기본적으로 전제한다. 익명을 원한 통합당의 한 의원은 “핵공유 등은 점점 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핵보유국은 핵공유, 핵무기 반출 등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이를 이뤄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인 ‘자체 핵무장’은 통합당 차원에서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원전은 많지만 핵무기 원료가 되는 핵물질이 없고, 핵물질 생산을 위한 재처리시설 역시 없어 당장 만들기도 어렵다. 또 미국의 극심한 반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가능성 등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장벽이 많다. 통합당 관계자는 “책임있는 공당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면서도 “다만 당 차원이 아니라면 안보 상황이 급박한만큼 핵무장론도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야 협상력도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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