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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사이좋으면 기회" 성희롱 의혹 서울대 교수 육성 [영상]

중앙일보

입력

“내가 널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아? 날 위해 일하는 조교로만 생각한 것 같아?”

지난해 8월 서울대 음대 A교수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제자 B씨에게 한 말이다. 18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녹취 파일에 따르면 A교수는 B씨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마음잡고 나랑 사이좋아지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맛있는 걸 먹고, 좋은 음악회를 볼 때마다 B가 생각난다. (이런 생각이)항상 머리 한쪽 구석에 있다”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줘서 너무 섭섭하다”는 발언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해당 교수는 B씨의 팔 등을 만지며 “가까이 있으면 불편하냐. 거리를 재보자”고도 했다. “나랑 말하기 싫으면 나가라. 다신 안 보게 해주겠다”는 말도 내뱉었다.

A교수는 이 같은 행동은 처음이 아니었다. 같은 해 7월 학회 참석차 해외에 갔을 때 A교수는 늦은 밤 B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지 않자 호텔 방으로 찾아갔다. 서울대 대학원 학생회 측은 “피해 학생은 교수가 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방문을 억지로 밀고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객실로 들어온 A교수는 “어떻게 나를 가지고 놀 수 있냐”고 했다고 한다.

그 외 해당 교수는 B씨에게 건강 체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해 그 결과를 자신에게 보낼 것을 요구했다. 세례식을 한다며 B씨의 눈을 감게 한 후 머플러를 둘러주기도 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교수와 대학원생 조교라는 위계질서 속에서 A교수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성적 불편함과 수치심을 줬다”며 “권력관계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행위를 강요했다는 점에서 인권침해의 정도가 크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인권센터는 12개월 이상의 중징계를 내려 달라고 대학본부에 요청했다. 서울대는 A교수의 직위를 해제했으며, 현재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논의 중이다.

A교수는 “학교의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길을 잃어서 해당 학생에게 전화했고 길을 묻기 위해 방에 찾아갔다. 목이 말라 문 앞에 서서 물을 얻어먹었을 뿐 들어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연구실에서 한 발언에 대해선 “이미 졸업을 한 제자들과도 연락하고 지낼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해당 학생과 몇 년간 만난 횟수만 500번이 넘는데, 일부 발언만 들으면 오해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상 학생을 제자로서 존중한다는 의미였다”고 답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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