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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전망 좋은 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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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최근 재개봉한 영화 중 가장 반가운 작품은 ‘전망 좋은 방’(1985)이다. 감독은 제임스 아이보리. 메가폰을 놓은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의 각색자로 2018년 90세의 나이에 생애 첫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그가 중년 시절에 내놓은 ‘전망 좋은 방’은 E.M. 포스터 원작의 소설을 감독 특유의 유장한 톤에 담아낸 로맨스다.

이 영화에서 루시(헬레나 본햄 카터)와 조지(줄리안 샌즈)는 세 번 키스한다. 그중 최고는 첫 번째 키스다.

그영화이장면용 사진

그영화이장면용 사진

관습적 결혼과 진정한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루시에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우연히 만난 조지는 아름다운 풀밭에서 갑자기 키스한다. 서로 운명처럼 끌리는 걸 느끼는 두 사람. 이때 흐르는 노래가 바로 푸치니의 오페라 ‘라 돈디네’에 흐르는 아리아 ‘Chi il Bel Sogno di Doretta’(누가 도레타의 아름다운 꿈을)다.

이 장면이 영화사상 최고의 키스 신 중 하나로 꼽히는 건, 그 직설적이면서도 고양되는 느낌 때문이다. 루시는 풀밭의 조지를 찾아간다. 루시를 발견한 조지는 성큼성큼 다가와 키스를 한다. 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순식간에 이뤄진 열정의 입맞춤. 이때 낭만적 사랑과 불타는 입맞춤을 예찬하는 푸치니 아리아 ‘Chi il Bel Sogno di Doretta’가 흐르며 감정은 극도로 고양된다. 그리고 이 완벽한 키스를 경험한 그들의 삶은, 서서히 바뀐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