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 멈춘 北, 주말 공세 폭풍전야?···美정찰기 남한 상공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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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을 문제삼으며 지난 4일부터 대남 공세를 몰아치던 북한이 18일 목소리를 낮췄다. 북한은 4일부터 각종 담화와 성명 등으로 공세의 수위를 올리다 지난 16일 개성공단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이튿날인 17일에도 담화와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등 무더기 말폭탄을 쏟아냈다. 그러나 18일엔 노동신문 6면에 게재한 ‘정세론 해설’을 통해 “다음 조치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거나 “구체적인 군사행동계획들이 검토되고 있다는 우리 군대의 발표를 신중히 대해야 할 것”이라는 위협이 전부다.

위협→연락사무소 폭파→말폭탄 쏟아내던 북 18일엔 잠잠 #노동신문 정세론 해설,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 담화가 전부 #조선신보 ""대적행동 강도·시기, 南 처신따라 정해질 것"

북한의 황해북도 개풍군 전방 초소 근무자들이 초소 지붕위에 올라가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의 황해북도 개풍군 전방 초소 근무자들이 초소 지붕위에 올라가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의 남북 통신선차단(9일)에 유감을 표명한 미국을 향해선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나서 두 차례나 비난하며 거친 언사를 썼지만, 16일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EU의 유감에는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이 담화를 하는 등 대응수위를 다소 낮추기도 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 주민들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비난을 하다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수위까지 올린 만큼, 한국과 미국의 대응을 본 뒤 ‘다음 수순’을 밟기 위한 준비 시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날 “금후(이후) 조선(북한)의 연속적인 대적행동 조치의 강도와 결행 시기는 남조선 당국의 처신ㆍ처사 여부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밝혀,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황해북도 개풍군 해안 초소 근무자들이 18일 철책 부근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황해북도 개풍군 해안 초소 근무자들이 18일 철책 부근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 자산을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유감’이라고 했던 청와대가 17일엔 문 대통령을 폄훼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향해 “무례하고, 몰상식하다”고 맞받아 치며 ‘강대 강’ 구도가 조성되자 속도조절이 필요했다고 봤을 수도 있다. 대화파로 꼽히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예상보다 빨리 물러나기로 한 것도 북한의 시나리오에 없던 내용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 워싱턴을 찾아 북한 문제를 협의하고, 미국이 이날(현지시간 17일) 북한에 대한 제재 기간을 연장키로 하는 등 ‘채찍’이 가해지면서 ‘변수’가 생겼을 수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관여했던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강경하게 나온 게 지난해 말 김정일 국무위원장이 언급했던 정면 돌파전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며 “한편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이 어려워지면서 강경한 태도를 통해 대선 레이스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압박을 하며 대북제재 연장에 영향을 주려했지만 이마저 먹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국의 대북전단 못지 않게 대북제재 해제에 올인하다 시피했다”며 “미국 및 한국을 향한 강력한 반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날 쉼표가 폭풍전야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북한이 보인 일련의 행동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4일과 13일) 내용대로 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군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은 17일 “대적군사행동들을 보다 세부화하여 빠른 시일내에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에 제기하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장대로라면 북한군이 실제 행동에 나서기전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열려야 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이 당중앙군사위를 열 경우 이는 북한군이 세부계획을 완성했다는 의미가 된다. 군사위가 이를 승인할 경우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는 셈이다. 북한이 "남측을 피곤하게 하겠다"(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고 한 만큼 일각에선 북한이 당국자들의 취약시간대인 '주말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군사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의 리벳 조인트(RC-135W) 정찰기가 18일 오전 서울, 경기 등 한국 상공을 비행했다.   사진은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 트위터 계정 캡쳐 화면.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군사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의 리벳 조인트(RC-135W) 정찰기가 18일 오전 서울, 경기 등 한국 상공을 비행했다. 사진은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 트위터 계정 캡쳐 화면. [사진 연합뉴스]

미국의 리벳 조인트(RC-135W) 정찰기가 18일 한국 상공에 출동해 한국 상공에 출동한 것도 미사일 발사등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인 RC-135W는 미사일 발사 전 지상 원격 계측 장비인 텔레메트리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포착하고, 탄두 궤적 등을 분석하는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과거 북한은 충격파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행동했지만 최근에는 미래형으로 향후 계획을 자세히 밝히면서 한국과 미국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은 총참모부에 공을 넘기고, 총참모부는 당중앙군사위를 언급하며 쪼개기식으로 나서는 만큼 긴장국면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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