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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사업 시작은 혁신? 틀렸다 '온고지신'이 먼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19)

사업 초반 1년 차에 우리에 대한 소문을 업계관계자를 통해 종종 들을 일이 있었다. 우리가 하는 사업방향에 대한 기존 업계의 왈가불가였다. “오래 못 갈 것이다”, “젊은 청년들이 호기롭게 이쪽 판을 전혀 모른 채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등 종합해서 추려보면 결국 새롭게 판을 만들려고 하는 우리 방향에 대한 불만이자 동시에 불안감이었다.

사업 초반에는 이 업에 속한 나 자신도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사실, 너무 멀리서 큰 그림만 보고 호기롭게 덤벼든 건 아닌지 후회도 정말 많이 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 큰 리스크를 걸고 이 판에 뛰어들었는데 예전보다 조금 나아지는 데 그친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이 늘 앞섰다.

사업초반 우리에 대한 소문을 업계관계자를 통해 종종 들을 일이 있었다. 그 내용을 종합해 추려보면 결국 새롭게 판을 만들려고 하는 우리 방향에 대한 불만이자 동시에 불안감이었다. [사진 pixabay]

사업초반 우리에 대한 소문을 업계관계자를 통해 종종 들을 일이 있었다. 그 내용을 종합해 추려보면 결국 새롭게 판을 만들려고 하는 우리 방향에 대한 불만이자 동시에 불안감이었다. [사진 pixabay]

그럴 때마다, 관행을 타파해보고자 몸부림치고 있는 나의 행동들이 ‘바위에 계란 치기’의 비참한 모양새로 비치곤 했다. 새로운 시도를 그들은 전혀 반기지 않았다. 그리고 철저히 배척했다. 그때 느낀 것이 있다면, 이 시장은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시장에서 ‘팽’당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3년이 흘러 이젠, 이쪽 업에서 무조건 새로운 세력과 새로운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기존 사람들의 연륜 경험치도 합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존 업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일단 그들의 무리에 함께 어우러지며, 그들의 판이 돌아가는 원리를 깨닫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제 우리의 협력사는 내가 뒷방노인네 취급하며 넘어서려고만 했던 기존 업계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이렇게 새로운 시작은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 거의 실패로 돌아간다. 오히려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죽도록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인내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리고 어쩔 땐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하고도 같이 해야 할 때가 있다.

시장을 선도해나가야 한다는 조급함보다는 멀리 보고 꿈을 꾸면서 나아가 보려 한다. 그래서 폭발적이진 않지만, 천천히 옳은 길로 가는 길을 택했다. [사진 pixabay]

시장을 선도해나가야 한다는 조급함보다는 멀리 보고 꿈을 꾸면서 나아가 보려 한다. 그래서 폭발적이진 않지만, 천천히 옳은 길로 가는 길을 택했다. [사진 pixabay]

시장이 커질 것으로 봤고, 제대로 된 마켓이 만들어지고 성장하기 전에 우린 시작했고, 당연한 말이지만 시장이 성장하면 같이 성장하는 이점을 먼저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차분히 우리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시장을 선도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급함보다는 멀리 보고 꿈을 꾸면서 나아가 보려 한다. 그래서 폭발적이진 않지만, 천천히 옳은 길로 가는 길을 택했다.

내가 동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될 것 같아서 시작했고, 다행히 지금도 되고 있어서 하고 있다. 엄청난 기업가 정신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처음 관행을 타파해보고자 호기로웠던 사업가 품격은 절대 잊지 말자.”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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